[KAL기 추락참사]유가족,불에 탄 屍身사진 보자 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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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가 희생자들의 얼굴사진을 공개한 10일 유가족들은 참혹한 시신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 실신과 통곡을 반복했다.

이날 괌 퍼시픽 스타 호텔 7층과 8층의 6개 객실에 마련된 '사진 확인실' 에서 공개된 사진은 비교적 보존상태가 좋은 37구의 얼굴 모습으로 대부분 화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이날 20여명의 시신이 확인됐다.

…어머니와 언니.형부.조카등을 잃었다는 20대 여자는 가장 먼저 사진을 확인하러 들어가 사고를 당한 가족중 한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끔찍한 시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복도에서 30여분간 누워 신음하다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에게 업혀 나가 링거주사를 맞는등 응급치료를 받았다.

딸은 기적적으로 구조됐으나 아내와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대한항공 괌지점장 박완순 (朴玩淳.44) 씨는 이날 아내 김덕실 (金德實.44) 씨를 찾았으나 아들 수진 (秀眞.12) 군은 찾지 못해 목놓아 울었다.

이밖에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여기에도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이냐" 고 절규하며 그 자리에서 실신하기도 했다.

…사진확인 절차의 차례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던 희생자 가족들도 먼저 들어갔다가 통곡하며 나오는 다른 유가족들을 붙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손에는 '사진을 본 뒤 발생하는 모든 정신적.육체적.감정적 영향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진다' 는 내용에 서명한 '책임면제에 관한 안내' 라는 종이가 들려있었다.

…유족들에 따르면 광주시 한 시의원의 모습등 비교적 깨끗하게 보존된 10여명의 얼굴은 지인 (知人) 들에 의해 쉽게 구분됐다.

기장과 부기장.여승무원 韓모씨는 제복 덕분에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그러나 韓씨의 꽃다웠던 얼굴은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상태였다.

열살이 채 안돼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은 피범벅이 돼있었고 오른쪽 뺨이 함몰된 40대 남자와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린 20대 여자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

…NTSB측은 유족들이 사진을 본 다음 가족으로 추정될 경우 메모지에 희생자와 유가족 이름을 함께 적어놓도록 했는데 일부 시신의 경우 여러명의 이름이 적혀 있어 혼선이 발생. 한 관계자는 "사진 대조작업을 통해 신원이 나왔다 하더라도 최종 확인절차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확인이 완전히 끝나기 위해서는 NTSB의 검증절차가 있어야 한다" 고 설명했다.

…희생자 시신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는 NTSB의 유가족지원팀 매튜 퍼먼은 10일 이날 하룻동안 추가로 발굴된 시신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잔해 밑에는 현재 80여구의 시신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앞으로 2~3일 내에 거의 모든 시신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괌 =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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