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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엔 성인잡지 모델 체중·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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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엔 긴 치마가 유행한다

대규모 은행의 파산, 곤두박질하는 다우 지수, 대량 해고와 실업, 국가부도 사태…. 미국발 금융 위기의 여파는 전세계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이번의 금융위기의 파급 효과는 뜻밖의 결과도 낳고 있다.

『모든 정치는 글로벌이다(All Politics Is Global)』의 저자인 미국 텁스대 국제정치대 대니얼 드레즈너 교수가 자신이 객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금융 위기가 초래하는 13가지의 뜻밖의 결과들’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1. 더 똑똑해지는 정부

경제위기에 정부로선 유능한 인재들을 대거 끌어올 기회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외교관 선발에 애를 먹었다.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기보다 월스트리트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산업 전 분야가 구조조정의 도마에 올라갔다.

2. 더 기승을 부리는 부패

이젠 정부가 최대의 돈줄이다. 지난달에 나온‘국제 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최신 보고서는 현재의 금융위기 때문에 전세계에 부패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지원금이나 구제 금융의 수혜를 받아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로비전은 더욱 치열해진다.

3. 더욱 열받게 하는 인터넷

신문들은 파산이나 폐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 광고 수익에 눈을 돌리고 있다. 뉴스 인터넷 사이트엔 더 많은 팝업 광고가 판을 치면서 독자들을 더욱 짜증 나게 만들 것이다. 온라인 기사는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더 잘게 쪼개어 건수를 늘릴 것이다.

4. 맑아지는 하늘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급속한 경제 성장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전지구적인 경제 위기가 더 오래 지속될수록 온실 가스의 배출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공장 가동시간도 줄어들고 자동차 이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다른 곳에서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5. 전성기를 맞는 기독교

어려운 시기를 맞을수록 기독교 신자가 늘어난다. 텍사스 주립대 데이비드 베크워드가 1968년부터 2004년 사이에 개신교회에 출석하는 신도의 숫자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경기 때마다 신도수가 50%나 증가했다.

6. 근검 절약 세대의 출현

캘리포니아대 울리케 말멘디어 교수 등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어렸을 때 겪었던 거시경제적 현실은 성인이 되고 난 다음에도 돈 씀씀이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어렸을 때 찌들게 가난했던 사람은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좀처럼 낭비하지 않는다. 대공황 때 성장한 세대들은 그 부모 세대나 자식 세대에 비해 위험한 투자에 뛰어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여러분의 자녀들은 커서 주식 투자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용돈을 주면 저축 하지 않고 침대 밑에 숨겨 놓을지도 모르겠다.

7. 성인 잡지 모델의 나이ㆍ체중 증가

1960년부터 2000년 ‘플레이보이’지 표지 모델로 등장한 여성들을 분석한 결과 불경기에는 모델들의 연령대는 올라가고 키는 커지고 몸무게도 불어났다. 허리 둘레에 비해 히프와 가슴은 작아지고 눈도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불안할 때는 이성 파트너도 날씬한 S라인의 소유자보다는 나이 많고 건강한 사람을 찾게 된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신체 건강한 여성이 인기라는 것이다.

반대로 호경기 때는 나이가 젊고, 히프나 가슴이 크고 몸무게는 가볍고 날씬한 S라인의 소유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후손을 잘 낳을 수 있는 여성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8. 더욱 강해지는 군대

현재의 금융 위기와 불황 때문에 가장 타격을 입는 연령대는 18~24세다. 바로 군대에서 원하는 연령대와 일치한다. 취업 전망이 어두운 젊은이들이 직업 군인을 희망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다. 실제로 미 육군은 지난해 4분기에 5년만에 처음으로 모병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라크 전쟁도 시들해짐에 따라 전장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9. 국공립대의 인기

경기가 한참 좋을 때는 넘쳐나는 기부금 덕분에 사립대들이 장학금도 많이 주고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수한 교수 확보나 교육 수준에서 국공립대를 훨씬 앞질렀다. 하바드대를 비롯한 많은 명문대들이 입학 지원자의 등록금 부담 능력 여부를 불문한 입학사정과 장학금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의 기부금은 지난해 10~30%나 감소했다. 등록금을 낼 수 없는 학생도 입학할 수 있다는 얘기는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장학금 혜택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신용 경색의 여파로 대학생들이 학자금 융자를 받기도 더 어려워졌다.

10.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늦추기

조만간 퇴직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들은 퇴사 시기를 가급적 늦추려고 할 것이다. 2008년만 하더라도 미국의 55~64세의 직장인들은 적어도 20년간 퇴직금을 적립해왔는데 최근 금융 위기의 여파로 퇴직금이 평균 20%나 감소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빨리 은퇴하고 나면 승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직장인들의 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직장 생활도 더 빡빡해질 수 밖에 없다.

11. 해외 여행ㆍ유학의 감소

세계인은 더 이상 한 가족이 아니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것이고 외국인에 대한 장벽이 높아질 것이다. 해외 여행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해외 유학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외국으로 떠나는 한국 유학생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줄었다는 소식이다. 신문사들도 경비 절감을 위해 해외 특파원 규모를 축소할 것이다.

12. 경제 비관론자의 항공 마일리지 급증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경영학과 교수) 같은 경제 비관론자들은 ‘자본주의 위기’를 논하는 학술대회에 불려 다니느라 항공 마일리지는 엄청나게 쌓일 것이다. 최근 버블 경제의 위기를 예견한 로버트 실러, 스티븐 로치 등도 강연 요청이 쇄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전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전에 경고했듯이’로 시작하는 강연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1월만 해도 이스탄불, 두바이, 아부다비, 런던,리야드, 취리히, 다보스, 모스크바에 출장을 다녀왔다.

13. 대공황을 소재로 한 책과 영화의 인기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과거의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서적상) 인기 도서 목록에 대공황에 대한 책이 오를 것이다. 이미 호딩 카터 4세는 1930년대 대공황 기에 경비절감을 위한 특단의 방법을 이용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빠듯한 생활비로 살아남은 1년』(A Year of Living Within Our Means)을 집필하기로 출판 계약을 맺고 엄청난 금액의 선인세를 받았다. 다큐 감독 켄 번스는 우리 시대의 톰 조우드(대공황 당시 대자본에 밀려난 미국 농민들이 착취와 굶주림 속에서 죽고 흩어지는 비극을 그린 소설‘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주인공)을 그린 25부작 다큐 영화를 찍고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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