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稅收부진과 긴축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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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수 (稅收)가 부진하다.

올해 예산엔 연간 세수목표액을 74조3억원, 작년대비 13.9% 증가시켜 잡았다.

그러나 상반기중 실현된 세수액은 33조6천3백41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연간 증가율이 5.8%에 불과했다.

목표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경원은 하반기에도 경기가 지금처럼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올해 세수부족규모는 3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상조차 현실에 비하면 오히려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하반기에도 세수증가율이 상반기 그것과 같은 5.8%에 머문다면 올해 세수미달액은 이보다 훨씬 많아져 5조3천억원에 이르게 된다.

정부와 국회는 긴급히 다음 두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때를 놓지기 전에 경정 (更正) 예산을 세워야 할 것이다.

첫째, 세출은 예산대로 집행하다가 세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통제되지 않은 정부 적자를 발생시켜서는 안된다.

둘째, 정부 적자를 줄이는 것만 능사로 여긴 나머지 세수를 한푼이라도 늘려보겠다고 쥐어짜기의 세금걷기를 강행해서도 안된다.

올해 세수예산을 13.9%나 늘려잡은 것은 정부와 국회의 경기에 대한 예측 (豫測) 능력부족과 끈질기게 '큰 정부' 를 기도하는 숨은 음모가 결합된 결과였다.

올해 과대하게 잡은 정부예산 때문에 경기악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추경예산이라면 으레 예상치 못했던, 혹은 징세당국이 깜짝쇼 용으로 감추어 두었던 초과세수를 이리저리 지출에 배분하는 흥청망청 추경예산이었다.

이번에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올해 예산의 경정만 아니다.

98년 본예산도 대폭 줄여 잡아야 한다.

올해 상반기 법인세수는 작년 동기에 비해 늘기는커녕 무려 9.3%나 줄었다.

이것은 기업활동의 극심한 부진을 반영한 것이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부질없이 내년 경기를 분홍색으로 칠하거나 짐짓 과대한 예산을 짰다가는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그만큼 더 오래 거품속을 헤매게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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