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강봉균 의원(전광판 화면 오른쪽)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윤 장관은 내수 진작을 위해 소비 쿠폰을 지급하자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제안에 “신빈곤층을 돕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하는 푸드 스탬프와 쿠폰 지급을 비롯해 여러 대안을 찾고 있다”며 “다음달 말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을 낼 때 관련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소비 쿠폰은 상품권처럼 쓴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현금을 주면 쓰지 않고 저금할 수도 있지만, 쿠폰은 반드시 사용하게 돼 저소득층을 돕는 동시에 소비를 늘려 내수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내수 진작책의 하나로 최근 전 국민에게 1인당 1만2000엔(약 19만원)씩 모두 2조 엔(32조원)의 쿠폰을 나눠줬다.
“추경예산이 10조원은 돼야 한다”는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윤 장관은 “숫자를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추경예산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추경안을 2월 중 편성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3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또 “시중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직접 회사채를 매입해줄 것인지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정부 질문에서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국내 은행의 자본 확충이 지지부진한 점을 지적하며, 미국 등 세계 40여 개국처럼 우리도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 20조원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해 공적자금 투입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추후 사정이 악화되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야당 의원으로서 정부 정책을 질타하기보다 외환위기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은 경제 관료 선배로서의 경험을 전하려는 모습이었다. 대정부 질문서의 제목부터 ‘경제위기 극복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였다. 윤 장관은 강 의원의 제안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였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경제위기에 총리의 목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와 각료들이) 문제를 미리 파악해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하는데 대통령이 먼저 나서지 않느냐”며 “일일이 대통령이 저렇게 나서다가 또 직접 국민과 맞닥뜨리지 않느냐, 이게 대통령 스타일 때문인지 총리나 장관들이 소극적인 탓인지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최현철·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