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결과에 화들짝 … 전국서 ‘공부 경쟁’ 불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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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충북도교육청 기자실. 이기용 교육감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교육감은 “희망을 드려야 할 충북교육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교육감의 책임”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드러난 성적 부진 요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적절한 대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공개된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력 신장 대책 쏟아져=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이후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잇따라 회의를 열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지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구시교육청은 다음 달 초부터 사이버 강좌인 ‘e-스터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초수학1’ ‘기초수학2’ ‘특별보충 수학’ 등 세 강좌다. 기초수학1은 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36시간짜리 인터넷 강의 프로그램이다. 초등 1, 2학년 과정을 쉽게 설명해 3학년 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콘텐트를 만들었다. 각각 60시간짜리인 다른 두 과목도 6학년생들이 혼자서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손병조 장학관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지도 방법을 고민하다 지난해 사이버 강좌를 생각했다”며 “학교마다 ‘사이버 학급’을 만들고 담임 교사를 지정해 내실 있게 운영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초등학교 200학급, 중학교 123학급, 고등학교 40학급 등 모두 363학급의 ‘기초학습부진학생지도 특별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에겐 ‘교실 수업 개선 마일리지’를 부여해 전보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종수 교육정책국장은 “교사와 학생에게 맡겨 안 되는 부분은 대학생 멘토를 활용하고, 학교장과 장학사가 관리에 나서는 ‘다섯 고리 책임제’ 운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시교육청은 관내 모든 초·중·고교 교사 1만2000여 명이 자신의 수업을 적어도 1년에 한 차례씩 다른 교사들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수업 내용을 녹화·녹음한 뒤 학생과 교사가 한자리에서 평가한다. 또 기초학력이 미달한 초·중·고 72개교에 특별 강사비 20억원을 지원한다. 이들 학교에서는 퇴직 교원과 예비 교사·대학생 등의 우수 강사를 확보해 투입하기로 했다.광주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교육을 위해 올해 4억1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추경에 21억5000만원을 반영키로 했다. 초·중학교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전담할 강사를 배치해 개별 지도를 할 계획이다.

 ◆학력 경쟁 본격화=김진춘 경기도교육감은 17일 “경기도의 학력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난 것을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평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 기초학력 면에서도 전국 최고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의 ‘각오’처럼 학력 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새 학기 초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교육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력 향상 방안을 담은 공문을 모든 초·중·고교에 보낼 예정이다. 교육청마다 학교·교사별 학력 신장에 따른 평가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 정미경(42·대구시 범물동)씨는 “학교가 잘 가르치면 자녀를 학원에 보낼 필요도 없을 것 아니냐”며 “학교별 성적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김재춘(교육학) 교수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 있던 성적을 드러낸 것은 학력 향상을 위해 의미 있는 조치”라면서도 “성적 위주의 교육은 사교육을 더욱 부채질하는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권·서형식·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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