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협상, 캠벨 막후 총지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한 핵 협상을 주도하게 될 인사들의 라인업과 역할이 윤곽을 드러냈다. 머잖아 대북 특사로 공식 발표될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내정자, 그리고 부시 행정부에서 6자회담 담당 대사로 활약했던 성 김 전 국무부 한국과장이 핵심 3인방으로 대북 문제를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 대사와 김 대사가 공개적으로 대북 접촉에 나선다면 막후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정권 수뇌부와 조율할 사람이 캠벨 내정자다. 그는 의회의 인준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국무부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이 대표로 있는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에서 사실상의 차관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16일 “캠벨이 최근 성 김을 만나 대북 협상의 방향에 대해 협의했으며, 성 김에게 오바마 정부에서도 대북 협상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캠벨의 영향력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각별한 인연에서 나온다. 그는 지난해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 캠프의 대아시아 정책을 총괄했다. 그의 부인 라엘 브레이나드는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다. 또 그가 이끄는 CNAS 이사진엔 리처드 댄지그 전 해군장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포데스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등 오바마 정부 핵심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캠벨은 언제든지 클린턴의 사무실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며, 누가 대북 특사로 오더라도 이 같은 관계를 알게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보즈워스 대북 특사 내정자는 지난해 대선에서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과 함께 오바마 정책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풍부한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측 고위 인사와 직접 협상에 나선 뒤 그 결과를 곧바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에게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보즈워스 특사가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뛰어넘어 북한 정권 핵심 인사와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함께 대북 협상을 담당해온 성 김 대사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북한의 협상 전략과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보즈워스 특사는 대북 직접 접촉에 집중하고, 6자회담은 성 김 대사가 주도하는 방안이 국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에서 한반도 팀장으로 활약했던 프랭크 자누지는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원 외교위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