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추락 참사]극한 상황서 딸 살린 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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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죽음이 밀어닥치는 극한 상황에서 모정이 딸을 살렸다.

6일 새벽 추락해 화염에 싸인 대한항공기 속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일본인 소녀 마쓰다 리카 (松田利可.11) 는 잠시 정신을 잃었을 때 "먼저 비행기를 빠져나가라" 는 어머니 조성녀 (趙成女.44) 씨의 외침에 깨어나 조각난 비행기 뒷부분의 틈새로 기어 나왔다.

그러나 趙씨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조대원들과 함께 구티에레스 괌지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리카양은 넋이 나간 채 흐느끼고 있었다.

구티에레스 지사가 리카의 손을 잡고 언덕 아래 있는 미군구조대에 인계하는 순간 부서진 비행기에서 또 한번 큰 폭발음이 들렸다.

리카가 탈출한 후 곧 바로 어머니 趙씨가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그 폭발때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중인 리카는 "엄마는 내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나중에 탈출해 다른 병원에 실려 갔을 거예요" 라고 천진스럽게 말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오전7시20분, 아내와 딸의 사고소식을 외무성으로부터 전해 들은 아버지 다쓰오 (辰雄.45.회사원) 는 두사람의 생사여부로 가슴을 졸이던중 병원에서 걸려 온 딸의 전화를 받았다.

"리카, 괜찮니" 라고 묻자 리카는 "괜찮아요. 입술만 조금 꿰맸을 뿐 별로 다친 곳은 없어요" 라며 사고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다쓰오는 아내의 생사확인을 위해 이날 괌으로 떠났다.

미시마 시립 나카자토 (中里) 초등학교 5년생인 리카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지난달 17일부터 한국인 어머니 趙씨와 함께 경기도고양시의 외가를 방문했다.

두사람은 귀국길에 괌여행을 하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도쿄 = 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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