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추모 물결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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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연합뉴스)

17일 서울 명동성당에는 전날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영하 9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미사와 위령기도 의식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이 발길이 아침부터 끊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고인을 추모하러 온 직장인들도 적지 않아 한때 줄이 인근 지하철역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고인을 애도하러 온 시민들은 "선종 소식을 갑자기 듣고 너무 슬펐다" "우리를 위해 다 바치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던 그분이 떠나다니 슬프다"고 입을 모았다.

성당 주변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아침 일찍 성당을 찾은 한 여학생은 “오전 7시5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데 그 전에 들렀다 가려고 성당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종교인, 경제인들의 조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소속 의원, 당직자 10여명과 함께 찾아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를 잃어 슬프기 짝이 없다. 정치적으로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주셨고 한없이 겸손한 자세를 가르쳐 주신 분이다. 오랫동안 마음의 스승으로 모셨는데 빈 자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50분쯤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찾아와 “(김 추기경은) 우리가 보배라고 말해도 부족함 없는 분이셨다. 민족과 국민의 어른을 보냄에 있어 인간적인 애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사장단 27명과 함께 성당을 찾아 “개인적으로는 불교를 믿고 있는데 내 종교도 중요한만큼 남의 종교도 중요하기에 조문을 왔다. 경제도 어려운데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 떠나셔서 애통하다”고 말했다.

부천 석왕사 주지이자 불교방송 재단이사장인 영담 스님도 비슷한 시간 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님은 특정 종교가 아닌 국민의 성직자이시다. 오래 계셔야 했는데 일찍 가셔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 조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추기경 앞에 서니 세상의 등불이 꺼진 느낌"이라며 "이제 누구에게 길을 물어야 할지. 온 세상이 어두워지 느낌이다. 국민이 하나 되어 화합과 통합의 길을 밝혀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 시대의 어려운 고비고비마다 민족의 양심이었다. 이 시대 진정한 스승이자 신앙인의 표상"이라며 "하늘나라에 가셨어도 민족과 사람들을 위해 힘써주시고 평화가 실현되길 바란다. 빛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겨레와 민족을 굽이 살펴주시고 부디 영명하시라"고 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50분쯤 조문해 "추기경이 돌아가신 것은 큰 별이 떨어진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 암울한 시절에 큰 힘이 돼 주셨다. 이렇게 돌아가신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기억에 남는 말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녀가신지 모르겠는데 자기는 우리의 장래를 위해 내가 젊지만 먼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신다고 하셨다"며 "군사 정권 시절에는 이 양반이 심히 군사독재와 싸우는데 큰 힘이 되셨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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