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섬소년 자사고 합격 비결? 인터넷 강의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 빛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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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세미 기자

 울릉도 오지 중의 오지인 북면 천부1리 울릉북중에서 전주 상산고에 입학한 박민혁(16·사진·울릉북중 졸업)군.

서울 등 대도시 지역 학생들이 중학교 3년 내내 특목고 학원을 다녀도 합격하기 어려운 곳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박군은 상산고의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했다.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재학 중 토익 820점을 땄고, 경북지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공동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교육은커녕 수준별 수업 등의 혜택도 누릴 수 없는 박군이 자사고 입학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넷 강의를 이용한 자기주도적 학습 덕분이었다. 인터넷 회선만 깔려 있으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서나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는 자기주도적 학습의 핵심이다.

학교 수업과 인터넷 강의를 병행해야

박군은 학교 수업과 인터넷 강의가 자신의 학습에 기여한 비중이 6대4 정도라고 했다. 인터넷 강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사와 얼굴을 맞대고 학습하는 오프라인 강의로 기본 실력을 쌓은 뒤 부족하거나 심화하고 싶은 부분을 인터넷 강의를 통해 보완했다고 박군은 말했다.

그가 예습 및 심화학습에 이용한 사이트는 유명 입시학원의 중학생 강의 사이트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다. 학습 중 모르는 부분은 사이트 내의 실시간 ‘Q&A’를 이용하거나 다음 날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질문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중간·기말고사나 학력평가를 앞두고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 있는 연습문제와 기출문제를 내려받아 풀었다. 이 학교 남창모 수학교사는 “민혁이가 인터넷 병행 학습을 하면서부터 질문의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목표는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자사고 입시를 위해 토익 공부에 들어간 그는 한번에 높은 점수를 기대하지 않았다. 서울 지역 학생들이 많이 보는 토익 기본교재인 ‘토마토 베이직’(능률교육)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공부했다.

교재를 사면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적극 활용했다. 잘 들리지 않는 문장은 내려받아 반복해 들으며 귀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학교 수업에서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방식도 큰 도움이 됐다. 중1 때부터 공부한 영어소설책과 낭독테이프 반복 청취는 영어문장을 익숙하게 하고, 귀를 뜨이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고교 필수 어휘를 마스터해 어휘력도 높였다. 2학년 말부터 토익공부를 시작해 2개월 만에 획득한 점수는 770점. 박군은 800점 이상을 목표로 심화과정 토익교재(토마토 인텐시브)를 구입해 같은 방식으로 공부해 2개월 후 치른 시험에서 820점을 받았다.

풍부한 독서량과 자기 격려

울릉북중은 독서 3품제를 실시하고 있다. 1년에 책 40권 이상 읽으면 2품, 50권 이상 읽으면 1품을 주는 방식이다. 물론 독후감을 써야 인증을 받는다. 박군은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 읽었고, 도서관에 없는 책은 온라인으로 주문해 읽으며 자신만의 독서노트를 만들었다. 그래야 생각이 쑥쑥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톨스토이 등의 고전을 숙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상산고에 가서 고전을 탐독하겠다”고 했다. 박군의 책꽂이에는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공부 9단, 오기 10단’ ‘월드클래스 공부법’ 등 다른 학생들의 학습 성공 스토리를 담은 자기계발 책들이 꽂혀 있었다. 박군은 “혼자 공부하며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이런 책들을 읽으며 의지를 다잡았다”고 말했다.

악기연주로 집중력을 키워

울릉북중은 전교생이 오카리나(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비둘기 모양의 관악기)라는 악기를 연주한다. 소규모 학교의 특성상 방과 후 학습을 교과 심화학습으로 대체하고, 주말에 특기적성교육으로 오카리나를 가르친다.

전교생이 26명에 불과하고, 교사 전원이 외지인으로 사택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윤인한 음악교사는 “오카리나를 가르쳐 보니 학생들의 집중력 향상과 심성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말 학교 강당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오카리나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박군은 “오카리나를 연주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력도 좋아진다”며 “상산고에 가서도 오카리나를 계속 연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울릉도=정현목 기자, 일러스트=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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