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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많은 사람이 봐야 가치 살아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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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김종국(右)씨가 영주시에 유물 1만여점을 전달한 뒤 문화재 담당 황영회씨와 함께 대형 갓을 들어보이고 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값진 물건들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어야 가치가 더해지지 않겠습니까.”

종중 유물 1만여점을 최근 지역 박물관에 기증한 김종국(62)씨는 “이제 도난이나 훼손 걱정도 덜게 돼 후련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선 순조 때 사헌부 지평을 지낸 괴헌(槐軒) 김영 선생의 고택(영주시 이산면 두월리; 경북도 민속자료 65호)을 지키며 살고 있는 장손. 그는 250여년간 연안 김씨 7대에 걸쳐 내려온 고서적 1700여점을 비롯해 어사화·관복·갓·가마 등 민속품 200여점, 그림·간찰(편지) 등 고문서 8000여점 등 1만여점의 유물을 영주시가 짓고 있는 소수박물관에 희사했다.

유물은 보관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유물은 대부분 통풍이 잘되는 이 고택의 다락 세곳에 보관돼 왔으며, 서책 등은 오동나무 상자에 들어 있었다. 영주시의 문화재 담당자들도 기증 전까지 이 유물의 존재를 몰랐을 만큼 보안도 철저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때 유물을 지키려고 피난을 가지 않을 만큼 관리에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유물을 검토한 영주시 송준태 학예사는 “기증품 가운데는 퇴계(退溪) 이황 선생이 어린 선조 임금이 성군이 되기를 바라며 군왕의 도를 적어 올린 ‘성학십도’ 목판본과 옛 선비들의 간찰 2500여점이 포함돼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목판 성학십도는 대원군 당시 철폐된 이산서원이 소장했던 자료로, 가장 미려하고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주시는 1t 트럭 3대 분량에 이르는 이들 유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거의 보름에 걸쳐 인수 및 운반 작업을 벌였다. 영주시는 이들 유물의 가치를 돈으로 따진다면 15억∼20억원은 충분히 될 것으로 추정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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