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뉴스] 산에 불 지르고 가장 먼저 신고 … 산불감시원으로 채용됐다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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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경북 고령군 쌍림면사무소에서 잡부로 일해온 김모(45)씨. 김씨는 면장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꾸짖자 홧김에 “이 일 아니면 할 일 없느냐, 그만두겠다”고 한 뒤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9개월 뒤인 12월 30일 쌍림면 합가리의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산불이 났다. 누군가 면장갑에 불을 붙여 던진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방법의 산불은 1월 1일과 1월 25일 쌍림면 신곡리·합가리에서 또 일어났다. 고령군청은 세 건의 산불을 방화로 단정하고 결정적 신고자에게 포상금 300만원을 내걸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산불은 멈추지 않았다. 2월 2일과 2월 12일에도 쌍림면 안화리·합가리에서 두 차례 더 일어났다. 마지막 다섯 번째 산불은 수건에 불을 붙여 던지는 수법이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세 번째 산불까지 가장 먼저 신고하고 산불 진화에 나선 김씨를 의심했다. 경찰은 면 지역 산불감시원을 잠복 근무토록 하고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결국 마지막 산불이 난 2월 12일 김씨의 1t트럭이 산불 현장에서 목격됐다.

경찰이 본격 조사에 나서자 김씨는 자백했다. 그는 “해고를 한 면사무소에 앙심을 품고 있었고 먼저 신고하면 산불감시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그는 세 번째까지 산불을 신고한 공로로 2월 1일 산불감시원이 됐다. 경찰은 16일 김씨에 대해 산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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