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내년 예산확보戰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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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내년도 예산 심의가 막바지에 다가오면서 각 시.도가 지역 현안사업에 필요한 국비 보조금을 한푼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재정경제원등 중앙부처를 상대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

내년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업적' 을 보여줘야 하는데다 공약사업을 이행하려면 우선적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산당국이 경기 침체로 긴축예산을 편성할 움직임이어서 지자체들은 더 애가 탄다.

'예산은 로비다 - ' 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지자체들의 내년 예산 확보전쟁 백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 상경 로비 = 문희갑 (文熹甲) 대구시장은 지난 4월 재경원.통산부.건교부등을 방문해 예산확보 로비를 펼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서울에서 재경원 예산실장등 文시장의 후배인 예산관계자들을 초청해 200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를 위한 경기장 건설등 대구의 주요사업과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송언종 (宋彦鍾) 광주시장도 지난달 29일 기획관리실장과 함께 상경, 2박3일간 머물며 재경원.국회예결위등을 방문하며 5.18기념사업과 지하철건설사업등 현안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을 부탁했다.

다른 대부분의 지자체도 단체장은 물론, 정무부시장과 실.국장 간부진이 지난 3월부터 재경원과 내무부.통산부.건교부등 중앙부처를 수십차례 방문해 지역의 현안사업에 대한 자료를 배포하는등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지자체의 서울사무소도 예산당국의 움직임에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신속한 연락을 하느라 다른 업무는 뒷전인 형편.

◇ 초청 로비 = 충북도는 지난 4월부터 5월 사이 건설교통부 차관과 국장등을 초청해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 조성 예정지인 청원군강외면오송리 일대를 시찰토록 한데 이어 지난 6월22일에는 재경원 예산실관계자 13명을 속리산으로 초청해 점심식사를 대접한뒤 귀경길에 이 지역을 둘러보도록 했다.

충북도 관계자들은 지난달 22일 이 단지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것은 이같은 현장로비가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달 21일 전북대 총장 명의로 재경원 김정국 (金正國) 예산실장을 대학원생 특강 명목으로 초청한뒤 도 관계자들이 새만금간척사업과 용담댐 건설사업등 현안사업에 대해 설명해 예산요구액을 최대한 반영해주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장 경력 큰 힘 발휘

◇ 인맥 동원 = 부산시는 최근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文시장이 이 지역출신인 강경식 (姜慶植) 재경원장관을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인 오세민 (吳世玟) 정무부시장도 과거 경제기획원등의 인맥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지하철 2호선등에 대한 국비보조금의 상당액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재경원의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최각규 (崔珏圭) 지사가 경제부총리로 재임할 당시의 부하직원들이 현재 재경원의 주요 간부로 있어 이런 인맥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도 관계자가 전했다.

강원도는 또 경제부총리 출신인 한승수 (韓昇洙) 의원등에게도 양양국제공항건설.영동고속도로 사업비.동해고속도로 확장공사비등 도내 주요사업 현황과 예산확보방안등에 대한 자료를 미리 보내 국회활동을 통해서도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 경북도는 예산실장이 경북 출신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이의근 (李義根) 지사의 내무부.청와대 인맥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대전시는 '자민련 단체장' 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5월23일 대전.충남출신 중앙부처 3~5급 공무원 35명을 '대전사랑협력관' 으로 위촉하고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향우회등 외곽지원 한몫

◇ 외곽 지원 = 경남도는 지난 5월28일 도내 23명의 의원을 초청,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김해~부산 경전철 부지매입비.진주역이전 설계용역비등 의원들의 출신지역별로 신청된 예산의 내용을 지사가 직접 소개하고 지원을 부탁했다.

전북도는 국민회의 장영달 (張永達.전주완산) 의원등 도내 의원 9명이 재경원장관을 방문, 내년도에는 전북도에 최소한 1조5천억원은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충남도는 지난달 30일 심대평 (沈大平) 지사 주재로 서울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총재등 30여명의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을 초청, '도정보고회' 를 갖고 의원들의 예산확보 지원을 요청했다.

◇ 예산 순기 (循期) 조정 = 충남도는 다른 시.도보다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한 방편으로 예산 순기를 조정했다.

보통 5월 중순쯤 확정하던 국고보조사업계획을 올해에는 3월18일에 일찌감치 확정해 재경원등에 제출하고 로비를 시작했다. 충남도 관계자들은 "남보다 리포트를 빨리 내는 학생에게 교수 (재경원)가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주지 않겠느냐" 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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