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아들 '병역'문제 관련 신한국당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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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쪽'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가 여론에 밀렸다.

3일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고 말하면 그것은 지난해초 여권의 지도자로 국민앞에 나선 이래 그가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는게 된다.

물론 이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자주 했던 대국민사과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사과는 법적 또는 도의적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李대표의 유감표명은 잘못의 인정이 아니라 '심적 부담과 죄송' 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갈구하는 성격이다.

李대표 진영은 이 차이를 강조한다.

측근들은 "야당의 사과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결코 아니다" 고 강조한다.

어쨌거나 국민앞에 처음으로 머리를 숙이게 된 데까지 李대표와 측근의원들은 심각한 고뇌와 열띤 찬반토론을 거쳤다.

기류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6일 첫번째 TV토론후. 이때 "해명만 했지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왜 안하느냐" 는 여론이 빗발쳤고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한 측근은 "원래 그때 TV에서 송구스러움을 밝히려 했는데 사회자가 발언을 잘랐고 2차질문이 없어 기회를 갖지 못했다" 고 해명했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李대표의 지지율이 경선직후보다 10여%씩 폭락했고 병역면제 사유를 납득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70%대로 치솟았다.

李대표 진영에는 "그렇게 여러번 수치까지 들어가며 해명했는데도 왜 대다수 국민이 오해하는지 모르겠다" 는 '억울함' 과 함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번져갔다.

李대표가 처음 공개적으로 유감을 밝힌 것은 지난달 31일의 위원장연찬회. 그는 인사말에서 "아들들이 국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해 군복무를 못했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에게 마음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당내발언이라는 형식이어서 국민의 달아오른 정서를 달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그래서 1일의 긴급회의를 거쳐 3일 유감표명이 결정된 것이다.

李대표는 유감표명을 이 문제의 정치적 매듭절차로 생각하고 있는 것같다.

측근의원들은 병역면제 사유를 최대한 성의껏 설명하되 그래도 안되면 국민의 이해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기조에서 李대표는 사안의 총체적 결과에 대해 미안함과 송구스러움을 표함으로써 자신의 성의를 보이고 이후로는 '시간의 망각.봉합력' 을 기대하려는 것이다.

측근들은 "소나기처럼 여론의 매를 맞고 있지만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상처를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고 말한다.

하지만 반 (反) 여론의 공감대가 워낙 넓고 깊다는 점때문에 기대에 미치기는 어렵다는 점을 예상한듯 걱정이 태산같다.

'제2사과' 의 가능성을 우려 하는 것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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