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飛거리는 이제 못늘려" 골프용품 서비스 승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 첨단 소재가 도입되면서 골프 샷의 비거리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비거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골프용품 업체들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공을 좀더 멀리 쳐내고 싶은 것은 모든 골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그래서 많은 골프용품 제조회사들은 "비(飛)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이런 드라이버를 써야 한다"식의 광고로 손님을 끌어왔다.

그러나 이젠 이 같은 광고의 약발이 거의 사라져 골프용품 회사들이 앞다퉈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 최근호가 보도했다.

이는 업체들이 아무리 최첨단의 소재를 채택하더라도 비거리를 더 이상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에 따르면 1968년 255야드(1야드는 0.9144m)였던 프로 골퍼들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티타늄 소재가 등장하면서 최근 285야드로 늘었다.

그러나 앞으로 아무리 클럽과 공에 첨단 기술과 소재를 적용하더라도 비거리는 기껏해야 285야드보다 5야드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골프협회(USGA)의 기술이사인 프랭크 토머스는 "공이 클럽 페이스를 벗어날 때의 순간 속도는 공을 때릴 때 발생하는 소리와 열 때문에 이론 가능한 속도의 최고 93%까지 가능하다"며 "그러나 현재의 기술은 이미 83% 수준에 이르러 기술 발전을 통한 비거리 확대 여지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첨단 골프채로 게임의 재미가 줄어들면서 골프장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에 스프링을 단 것처럼 탄성을 높여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도록 고안된 일명 '트램폴린' 스타일의 골프채는 2008년부터 사용이 금지된다.

프로골퍼 비제이 싱.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사용해 유명해진 벨리 퍼터(손잡이가 긴 퍼터)도 현재 사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전국골프재단(NGF)에 따르면 이 같은 악재와 함께 호주머니 사정, 비싼 골프 회원권 등으로 골프 라운드(18홀을 한번 도는 것) 수는 2001년 5억1800만회에서 지난해 4억9500만회로 4.4% 줄었다.

FT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몇몇 대형 업체를 제외하곤 상당수의 골프용품 업체가 부진한 매출로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업체들은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200여개의 대리점을 두고 있는 타이틀리스트는 골프채를 사는 고객이 프로골퍼들에게 직접 레슨받을 수 있는 특전을 주고 있다. 물론 레슨비는 타이틀리스트가 부담한다.

또 핑과 캘러웨이 등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 개인별 체형이나 스윙 폼에 맞게 특별 제작하는 '맞춤 골프채' 판매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이들 회사는 그동안 유명 프로골퍼를 내세운 광고를 만들어 왔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가수 셀린 디옹 등 보다 친근한 인물로 광고 모델을 교체하고 있다. 전문성보다 대중성으로 마케팅 전략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