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5일 뉴욕서 첫 예비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일 뉴욕에서 열리는 한반도 4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은 남북간 긴장해소와 신뢰구축에 대한 기대속에 안팎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한.미 양국이 4자회담을 제의한지 1년3개월만의 산고 (産苦) 다.

그러나 남북의 입장차가 크고 불신도 여전해 쉽게 본회담으로 이어질지는 점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본회담 절차와 의제등이 논의될 이 예비회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4자회담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며 각국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외교전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자회담은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핵심의제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과 신뢰구축 방안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예비회담에 앞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다루겠다고 일단 공세적 입장을 펴놓은 상태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전략은 주한미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것보다 주요 고비마다 전제조건을 내세워 회담을 장기화하면서 필요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4자회담 자체를 북.미간 포괄협상으로 변질시키겠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일단 북한은 예비회담을 통해 그동안 주요 쟁점이 돼왔던 식량지원 문제와 미국의 대북 (對北) 경제제재 추가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치.군사적으로 정전협정체제가 와해된 만큼 4자회담이 타결될 때까지의 위기관리 방안으로 북.미간 고위 군사채널 필요성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4년 정전기구를 대신하는 '새로운 평화보장체계' 수립 제의 당시 유엔사령부와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국제법상 휴전협정을 새로운 평화유지기구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유엔군사령부 해체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어 한.미 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방위조약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에 의제 채택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은 신뢰구축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협정 체결이 단기간에 실현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북.미 군사회담의 우선 상설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간 신뢰구축을 위한 군사회담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2월 중앙방송을 통해 북.미평화협정의 중간조치로 북.미간 잠정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위해 '북.미 공동군사기구' 를 설치하자고 구체화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회담자체가 본회담 준비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한의 얘기를 일단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실질적으로 4자회담을 통해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어떤 자세로 회담에 임할 것인지를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 고 밝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 역시 미국과의 공조체제 유지와 대미 (對美) 외교의 지렛대 확보다.

전문가들은 4자회담을 계기로 북.미관계의 중심이 중국을 포함한 4개국가에 분산됨으로써 중국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일단 4자회담의 틀에 묶어 놓겠다는 입장에 따라 경제제재 완화나 테러국 명단에서의 제외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또 휴전선쪽으로 전진배치된 북한군이 후방으로 재배치될 경우 주한미군의 후방 재배치 혹은 인원감축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가 지적했듯이 4자회담 자체가 '수개월간에 걸친 힘든 과정을 겪게 될 것' 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국내의 개혁.개방의 실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총체적 전략목표에 종속돼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남북한간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영향력 약화에 초점을 맞추되 쟁점사항에선 '중립' 을 견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성진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