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作名 전문업체 호황… "브랜드가 좋아야 잘팔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름이 좋아야 출세한다' 는 속설은 제품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질 (質) 이 우수해도 브랜드가 시원치 않으면 소비자들과 친숙해지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들은 좋은 제품일수록 좋은 이름을 붙여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문 작명업체에 의뢰해 톡톡 튀는 이름을 짓는다.

하이트맥주.산네들.에버랜드.김삿갓…. 불황도 아랑곳 않고 '히트' 하고 있는 브랜드 (상표) 들이 바로 그런 이름들이다.

이같은 브랜드제작 전문업체인 인피니트.인터브랜드코리아.올커뮤니케이션.심팩트등은 극심한 불황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전성시 (門前成市) 를 이루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기업들은 대규모 기업이미지통합 (CI) 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지만 불황에는 산뜻한 브랜드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CI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실속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브랜드제작업체인 인피니트는 하이트맥주를 비롯해 화장품 이지업, 담배 디스, 건강식품 산네들, 자동차 아카디아등과 한솔.하나은행.온세통신등의 회사이름을 지었다.

이 회사는 브랜드나 CI작업 의뢰가 오면 관련상품과 기업이미지 마케팅전략회의를 거쳐 작업에 들어간다.

수출용 제품은 현지 언어감각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영어.일어.독어.프랑스어등 외국어에 능통한 프리랜서의 자문이 필수. 국내외 유사상표의 등록여부를 확인하고 국제출원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인피니트의 박병천 (朴炳天) 사장은 "미국 필립모리스의 담배 말버러와 음료수 코카콜라는 브랜드값만 각각 37조원으로 평가된다" 며 "브랜드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고 말했다.

보통 한달 정도 걸리는 브랜드명 프로젝트는 건당 2천만~3천만원이 들지만 코퍼레이트 브랜드 (CB)가 포함된 CI프로젝트는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전문 작명소에서 만든 에넥스 (Enex) 와 대우자동차의 라노스.레간자는 이름 덕을 톡톡히 본 경우. 오리표가구라는 부엌가구를 판매하던 ㈜에넥스는 92년 CI를 단행해 상호와 상표명을 바꾸면서 연간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대우자동차 상품계획부 서정환 (徐廷煥) 부장은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1백50여개국에 상표를 출원한 라노스와 레간자는 기존모델인 씨에로와 프린스보다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 며 "이는 제품의 질과 브랜드명이 어우러진 결과" 로 분석했다.

이와는 달리 브랜드 때문에 수출에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의 고급 냉장고.세탁기 브랜드 '지펠 (Zipel)' 은 당초 독일시장에서 '최고' '정상' 이라는 뜻의 'Zipfel' 브랜드로 수출하려던 제품. 하지만 이 이름에 독일어로 '남성 성기' 라는 뜻이 있음을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f자를 빼냈다.

대영자전거도 '대영' 이 영어로 '죽는다' 는 뜻과 '젊은이' 라는 의미가 결합된 'die young' 으로 발음되고 태평양화학의 아모레화장품은 이탈리아어로 거리의 여자 (아모레미오) 라는 것을 미처 몰라 낭패를 봤다.

심팩트의 김도일 (金道一) 부사장은 "현재 국내 브랜드 네이밍 (작명) 및 CI 시장규모는 연간 3백억~4백억원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연 1백% 이상 된다" 며 "브랜드 작명시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주요국에 출원부터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