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기아그룹 처리 …김선홍 회장 진퇴 '뜨거운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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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아그룹 정상화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기아측의 자구노력과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에 대한 채권금융기관들의 불만으로 기아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30일 오후로 예정된 채권단회의를 앞두고 기아측은 나름대로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았다.

28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5개만 남기고 전부 정리한 뒤 자동차 소그룹으로 재출발하겠다는 자구책은 기아로서는 고육지책 (苦肉之策) 이었다.

그러나 기아의 자구책은 채권단회의에서 두시간만에 퇴짜를 맞았다.

이날 채권단회의는 기아의 자구책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시종했다.

자구책 설명을 위해 출석한 김선홍 (金善弘) 회장은 막상 자구책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채 자신의 퇴진요구까지 빗발치자 당혹스런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야 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관우 (李寬雨) 한일.나응찬 (羅應燦) 신한은행장은 "기아의 자구계획에 의문이 있다" 며 포문을 연후 기아 자구책의 실현가능성을 조목조목 따졌다.

은행장들은 특히 아시아자동차 분할 매각, 종업원 감축에 대한 노조의 동의여부등을 집중 추궁하며 기아의 자구노력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채권은행장들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金회장이 이끄는 현재의 경영진이 작성한 자구계획이나 경영정상화 노력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들이 특히 金회장의 퇴진여부를 물고 늘어진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완정 (金完鼎) 산업은행 부총재는 기아 부실화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면서 "기아가 자구이행각서만 내놓았는데, 이는 정상화가 될 때까지 현재 경영진이 경영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냐" 며 경영진 퇴진문제를 제기했다.

金회장은 이에 대해 "나는 정상화가 안되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고 말해 현시점에서는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金회장의 이같은 답변은 다른 참석자들간에 기아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확산시켰고 결국 이날 회의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관련, 채권은행장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몇차례 접촉을 갖고 사전조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金회장의 퇴진여부가 앞으로 기아회생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시열 (柳時烈) 행장은 특히 이날 회의를 끝내면서 "기아의 자구노력이 구체성이 없다" 면서 "책임있는 경영권 포기각서 (사표와 같은 효력을 지닌) 를 8월1일 회의까지 다시 제출하라" 고 요구, 채권단의 강경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채권단의 이같은 분위기는 金회장 주도의 경영정상화를 고수하고 있는 기아그룹의 입장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기아그룹의 회생은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영수.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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