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한쪽에 치우친 한국 반기업 정서에 깊이 함몰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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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이문열(61·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사진)씨가 “기업 생존전략의 하나로 친기업 정서를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13일 말했다.

이씨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제32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기업과 문화’라는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것 같다”며 “원래 준비한 강연 주제가 있었으나 이 자리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즉석에서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나의 문학, 나의 삶’이란 제목으로 강연할 계획이었으나 ‘기업과 문화’로 주제를 바꿨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국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기본 체제를 지켜주고 있지만 문화·종교·학술 등 나머지 부분은 반기업 정서에 깊이 함몰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한쪽에 치우쳐 있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전 세력이 완강하게 저항하는 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이익 창출이라는 1차 목표 못지않게 창출한 이익이 명예가 되고 떳떳하게 되는 사회 정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기업은 그동안 자기방어에 지나치게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기업행위를 범죄나 계급적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데에 대해선 방어해주고 있지만 반기업 정서는 어쩔 수 없는 기업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가 존재하려면 체제와 가치관을 함께하는 국민이 필요하듯 친기업 정서도 이 같은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기업 정서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기업 내 생산 활동에서 도덕성 유지 ▶일자리 늘리기 등을 통한 이윤의 수혜자 늘리기 ▶기업이 문화 생산에 기여하기 등을 손꼽았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의 문화 지원활동을 보고 있으면 ‘저건 아닌데’ 싶을 때가 많았다”며 “지원 대상을 마치 집행하는 임원의 친분 관계에 따라 퍼주는 것처럼 보이는 행태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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