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고민상담] 동생 엄히 다루는 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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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문= 고1과 중2인 아들 둘을 둔 엄마입니다.

형이 동생에게 늘 명령하고 간섭하며 엄하게 대합니다.

동생은 형을 부모보다 더 무서워할 정도입니다.

형이 심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나쁜 것을 시키는 것은 아니어서 동생에게는 항상 형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말해 왔어요. 둘의 관계에 부모가 끼어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봐 그냥 두고 보는데 동생이 밖에서도 소극적인 아이로 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윤재순〈대구북구대현동〉

답= 좋은 형제관계를 위해 부모가 평소 형과 동생의 위치를 구별시켜 주고 형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형제관계가 일방적으로 종속관계로 되거나 형제중 하나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심하게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부모가 중재를 해줘야 합니다.

부모가 형제싸움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약자인 동생이 구원을 요청하는데 부모가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아이는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공포를 경험하게 되고 세상에 대응할 자신감도 줄어들게 되지요. 반면 형은 은연중에 부당한 자기본위의 행동이 괜찮다는 착각을 해 이런 행동이 밖의 세상에서도 통용될 것이라고 믿게 됩니다.

우선 집안 분위기가 무조건 복종을 원하거나 규율만을 강조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세요. 가령 아빠가 엄마를 무시하거나 엄한 것만을 아이들에게 보여온 것은 아닌지 말이에요. 형제간의 서열이 군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과 존중에 의해 세워진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배우는 것이니까요. 그후 동생보다 형을 먼저 설득해 보십시오. 둘의 관계가 좋아 보일 때 형하고만 이야기 할 기회를 만들어 "정말로 마음속에서 동생이 형을 따르도록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니" "네가 동생이라면 형이 어떤 식으로 대해주기를 바랄까" 와 같이 의견을 나눠보세요. 동생에겐 "형을 인정해주고 형의 말을 따르는 것은 동생으로서 훌륭한 태도" 라고 칭찬한후 "하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조건 하라는 대로 따르지 말고 형에게 정당한 주장을 해봐" 라고 권해 보세요. 형제끼리 싸우는 것은 남을 받아들이면서 자기를 주장하고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경쟁사회에서 강자와 약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인간관계에서 부딪힐 어려움을 준비하는 단계인 셈이지요. 부모는 형제가 싸우는 것 자체를 염려하기보다 부모가 어설프게 개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형제가 싸울때 부모가 "동생이 형한테 덤비다니" "형이 돼 가지고 참지 못하고" 라며 심판하는 것은 한쪽에게 상처를 주어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적개심을 갖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 알아서 해결하라" 는 냉정하고 책임회피적인 말은 좋지 못하죠. "너희 둘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걱정되고 힘들지만 지켜보겠다" 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숙자〈교육심리학박사.연세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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