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정상아 서로 친구 확인 …여름 장애아동캠프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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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폐증이 심한 성호 (경기도성남.가명) 는 8살인데도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데다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성격 탓에 '혼자서' 만 생활해왔다.

성호는 이른바 자폐증.정신지체.언어지체 장애아동이다.

증세가 심해 주변의 장애아동들로부터도 따돌림 받기 일쑤다.

그런 성호에게 여러 명의 친구가 한꺼번에 생겼다.

지난 23~25일 2박3일 동안 경기도용인 강남대 캠퍼스에서 열린 '97 여름 장애아동캠프' 에서 였다.

빈민.장애아동을 돕는 범 (凡) 가톨릭.기독교 선교단체인 부스러기선교회 주최로 열린 이번 캠프에는 성남 소재 장애아동보육시설인 햇살어린이집의 장애아동 30명이 참여했다.

국립보육시설인 열린어린이집의 정상아동 30명도 자리를 함께 해 고사리 손길로 장애아동을 도왔다.

부스러기선교회의 이명림 총무는 "비용 마련이 여의치 않아 엄두를 못내다가 강남대 자원복지센터측이 기숙사와 차량을 제공해줘 캠프를 열게 됐다" 고 말했다.

성호가 처음부터 캠프 참여에 선뜻 나선 것은 아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숙소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떼썼다.

점심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했고 '그룹' 에 속하지 않으려는 거부감과 두려움이 대단했다.

정상아동들도 서먹서먹해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장애아동이 접근만 해도 도망치거나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정상아동들은 대부분 신체보다는 정신지체쪽인 장애아동들에게 처음에는 똑같은 '어린이' 로 알고 접근했다가 이내 "우리와 뭔가 다르다" 는 것을 느끼고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다.

장애와 정상 사이의 소원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점심식사후 '알고 지냅시다' 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그 벽이 무너질 기미를 보였다.

장애아동들은 정상적인 친구들이 자기소개를 하는 말.손짓.몸짓에서 "나도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배우는 눈치였다.

운동장에서 웃통을 벗고 보디 페인팅을 하는 시간이 되자 장애.정상의 구분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성호는 낯이 익은 준용.규태.미란 등 정상아동 남녀 친구들에게 달려가 페인트를 뿌려댔다.

준용이도 성호 입술에다 빨간 페인트를 칠한 뒤 드라큘라라고 놀려댔다.

정상아동들은 장애친구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기, 계단 오르내리기를 도와주는 연습, 숟가락질 도와주기, 빵 봉지 뜯어주기 등을 통해 장애친구에 대한 배려를 익혔다.

열린어린이집의 남기라 원장과 햇살어린이집의 팽경숙 총무는 "한 공간에서 똑같은 과제를 해냄으로써 일체감과 사회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장애.비장애 통합 캠프를 마련했다" 며 "어릴 때 배워야 장애자가 나와 똑같은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고 말했다.

이튿날은 장애.정상 구분없이 조를 편성해 게임을 하는 '열린 마당' 을 통해 서로 '한몸' 임을 확인했다.

성호는 친구의 도움으로 수박 먹기.배 만들기.물풍선 던지기.훌라후프 돌리기.줄넘기를 해냈다.

친구에 비하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수준이지만 친구로부터 자신감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부스러기선교회는 올 겨울에도 장애.비장애 통합 캠프를 개최하고 앞으로 매년 두차례씩 캠프를 열 계획이다.

문의 02 - 365 - 1265, 후원금 외환은행 096 - 13 - 00861 - 3 예금주 강명순 용인 =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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