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청장 ‘눈물의 퇴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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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4시40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끝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이날 서울경찰청사 2층 강당에선 그의 퇴임식이 열렸다. 송별사를 읽던 한혜선 경감이 “당신이 못 다 이룬 법과 원칙, 우리가 완성해 가겠다”며 울먹이자 김 청장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다른 경찰관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동시에 곳곳에서 ‘사랑한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12일 서울 내자동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 퇴임식에서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 회원들이 김 청장의 퇴임을 만류하는 구호를 외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청장은 퇴임사를 통해 “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성룡 기자]

김 청장은 퇴임사에서 “수적천석(水滴穿石)의 정신으로 법 질서를 세워 달라”고 당부했다.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 사건으로 경찰의 사기가 떨어졌지만 ‘돌멩이에 구멍 뚫는 물방울’처럼 일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한국 법치는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살고, 경찰이 강해야 국가가 선진화된다”고 했다. 용산 사건의 희생자에 대해선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다시 한번 애도했다.

그는 퇴임식에서 30년 경찰 인생을 정리했다. 김 청장은 “제복 입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나의 취미는 경찰 생각, 특기는 경찰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나는 떠난다. 공(功)은 여러분에게 남기고, 과(過)는 내가 안고 가겠다”며 마무리를 했다.

퇴임식에 앞서 김 청장은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 들러 “올해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사회를 지키는 데 앞장서 달라”고 격려했다. 전날에도 그는 제복을 입고 치르는 마지막 행사로 일선 경찰관 120명을 불러 저녁을 함께했다.

퇴임식이 끝난 오후 5시30분, 김석기 청장은 곧바로 차를 타고 청사 문을 나섰다. 그는 떠나면서 아쉬운 듯 말했다.“퇴임이 실감 안 난다. 30년을 쉬지 않고 나왔다. 아마 내일 아침에도 깜박하고 출근할지 모르겠다.”

김준술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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