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미술관] 인기 끄는 ‘동네 겔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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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청 복도에 걸린 전영근 작가의 작품 ‘정물’앞. 서울 대치초등학교 4학년 8반 학생 33명이 모였다. 도슨트(작품 해설가)인 오지수(24)씨가 “숨은 그림 찾기를 해 볼까요? 이 그림 속에 숨겨진 다른 그림을 알아 맞혀 보세요”라며 말을 꺼냈다. 한 학생이 책 속에 있는 긴 얼굴의 여자를 발견하고는 “모나리자요”라고 답했다. 이씨는 웃으며 “이건 모나리자가 아니라 모딜리아니의 그림이에요”라고 바로잡았다.

대치초교 학생들이 12일 강남구청 ‘복도 갤러리’에서 도슨트 의 설명을 들으며 노경희 작가의 ‘숲’을 감상하고 있다. [박지혜 인턴기자]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던 아이들은 다양하게 반응을 보였다. 김민지양은 이서미 작가의 작품 ‘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김양은 “두더지를 닮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의준군은 노경희 작가의‘숲’이 마음에 들었는지 도록을 챙겼다. 김군은 “숲 속이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서동진군은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니 우리만의 전용 미술관에 온 느낌”이라고 흡족해했다.

아이들이 작품 설명을 들으면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곳은 미술관도 갤러리도 아닌 바로 구청 복도다. 강남구청은 2006년부터 구청 1~4층의 복도를 갤러리로 만들어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강남 지역에 있는 화랑에서 작품을 임대해 1년에 네 번, 연중 기획 전시회를 연다. 요즘은 2, 3층에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시리즈’를 주제로 국내외 작가 15명의 작품 40점이 전시되고 있다. 4층에서는 ‘미(美)의 나눔’이란 주제로 지역 작가 40명의 작품 45점을 감상할 수 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30명 이상 단체로 관람할 땐 도슨트가 작품을 설명해 준다.

◆입장료 부담 없이 유명 작품을 한곳에서=구청 갤러리는 여유 있는 공간을 활용하면서 구민에게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입장료는 없다.

노원구는 2007년 청사를 리모델링하면서 층마다 상설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2~3개월에 한 번씩 ‘공룡전’ ‘서예전’ 등 기획 전시회를 연다. 16일부터 5월 말까지는 ‘현대 조각전’을 연다. 미국·일본·중국·헝가리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조각가 28명의 작품 74점을 모았다.

특히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I Never Read Wittgenstein’(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은 적이 없다)을 포함한 3점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서울 신문로에 있는 ‘해머링맨(망치질하는 사람)’의 작가로 유명한 조너선 브롭스키의 작품 ‘휴먼 스트럭처’ 시리즈 9점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주요 작품 옆에 설치된 음성 안내기의 버튼을 누르면 한국어·영어 중 원하는 언어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관한다. 주부 황현경(49·서울 상계동)씨는 “친구들을 만날 땐 구청 로비에서 만난다”며 “같이 작품도 관람하고 갤러리 카페에서 차 한잔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21일까지 영등포아트홀 전시관에서 ‘한국 현대 작가 초대전’을 무료로 연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작품의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미술 이야기’도 운영한다. 김구림 작가의 ‘음양 80-L37’, 김점선 작가의 ‘휴식’, 이석주 작가의 ‘사유적 공간 12-30’ 등 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경진 기자 , 사진=박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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