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성, 버려진 러 위성과 우주서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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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처음으로 일어났다. 10일(현지시간) 시베리아 상공 800㎞ 지점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통신위성이 충돌해 파괴되면서 거대한 파편 구름이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미 항공우주국(NASA) 발표를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우주에서 인공 물체 간 충돌은 네 차례 있었으나 모두 위성 부품이나 쓰고 버려진 로켓 간의 충돌로 경미한 것이었다. NASA는 “미국 모토로라가 1997년 쏘아 올린 이리듐 통신위성과 93년 발사됐으나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러시아 통신위성이 부딪쳤다”고 밝혔다.


모토로라의 위성통신 전화를 연결하기 위해 발사됐던 560㎏짜리 이리듐 위성은 현재 66개가 있다. 러시아 통신위성은 이보다 훨씬 커 약 1t에 달한다. 사고는 낮은 고도에서 지구 주위를 빠르게 돌던 이리듐 위성의 궤도와 수명이 다해 방치돼 있던 러시아 위성의 궤도가 우연히 겹쳐지면서 일어난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수천 개의 파편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인공위성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NASA 측은 “ISS의 경우 사고 지점보다 훨씬 낮은 430㎞ 상공에 떠있어 문제가 없고 22일 발사 예정인 우주왕복선에도 위험이 없지만, 사고 지점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허블 우주망원경과 지구관측용 위성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충돌은 인공위성들로 우주 궤도가 북적대면서 언젠가는 위성끼리 충돌해 지구 주위로 파편이 흩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현실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주 공간에서는 1만7000여 개의 인공 물체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 중 12㎝ 이상은 모두 미군이 운영하는 미 우주감시망에 의해 추적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바로잡습니다▒

기사와 그래픽에서 허블우주망원경과 지구관측위성의 고도는 두 위성 간 충돌 지점인 800㎞보다 낮은 600㎞ 안팎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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