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우리는 해외로 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전주시내 고교생들 사이에 해외수학 여행 붐이 일고 있다.

해외 견문을 넓혀 21세기 글로벌 시대 주역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생들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함께 나오고 있다.

상산고 2학년 학생 340여명은 지난달 27일부터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4박 5일의 일정에 여행경비는 항공편은 1인당 95만원, 여객선은 65만원씩을 각각 부담했다.

학생들은 교토.오사카.나라 지방의 사찰.고궁.박물관 등을 돌면서 일본의 전통 문화예술 자취를 살폈다. 또 노벨상을 4명이나 배출한 교토(京都)대학을 방문하고 파나 소닉의 기술관을 시찰하면서 일본 전자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의 발전 방향 등을 살폈다.

정원일(17)군은 "일본 문화의 뿌리가 백제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해 우리 선조들에 대한 긍지를 가슴 뜨겁게 느꼈다"며 "해외 수학여행을 통해 시야를 한층 넓히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동암고생 290여명은 이보다 한달 앞선 지난 4월 21일부터 4일 동안 일본의 교토.오사카 등지로 현장체험 학습을 다녀왔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40여만원을 들여 2학년생 전원이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며 "올해 일본여행 경비는 60여만원씩을 부담했으며 1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심여고 1학년생들도 오는 10월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갈 계획이다. 예상 경비는 30만원대로 여객선을 이용할 계획이다. 영생고도 11월쯤 일본 현장체험 학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 학생들 사이에는 "왜 우리는 해외로 여행을 가지 않느냐"는 불만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모(43)교사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10만~15만원이 들어 가는 국내 수학여행도 동참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용이 몇배나 많은 해외여행을 갈 경우 이들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학교가 해외 수학여행을 신입생 유치 전략으로 내세울 경우 다른 학교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이모(45.여)씨는 "학교서 60만원이나 들어가는 일본 수학여행을 간다고 해 망설임 끝에 '아들의 기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생각, 빠듯한 살림에 여비를 마련해 줬다"며 "그러나 여권 발급료.용돈 등 전체 비용은 100만원이나 들어 몇달 동안은 허리 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