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운동은 사회봉사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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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제 서울대에 1천여 전국 학생대표가 모여 '참여자치학생연대' 라는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일종의 한총련 개혁대회다.

폭력시위와 고문치사사건으로 점철된 한총련식 학생운동에 종지부를 찍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생운동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만 하다.

이 행사엔 두가지 특징적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한총련 지도부를 구성했던 민족해방 (NL) 계열 소속 학생들을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비주류 세력이었던 '21세기 진보학생연합' 과 민중민주계열 (PD) 중심으로 뭉친 새로운 학생운동의 출발을 뜻한다.

또 다른 특징은 학생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틀어 보자는 구체적 대안모색이라는 점이다.

폭력시위를 반대하고 대안적 평화시위에 관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모색한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나 전자주민카드의 문제는 무엇인지 알기 위한 토론회를 열고 원자력 발전소의 환경오염실태가 어떤지를 알기 위해 환경동아리 1천여명이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한다.

정치투쟁에서 삶의 다양한 문제점을 살피고 개선하겠다는 학생운동의 방향전환모색을 우리는 일단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싶다.

그러나 당초 한총련의 전신이었던 서총련 발대식도 통일을 향한 대학생들의 건전한 운동으로 출발했다.

이것이 발전해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가 나오더니 방북 (訪北) 조가 생겨나고 노학연대가 결성됐으며 경찰을 습격하고 대학에 불지르며 무고한 시민을 고문하다가 죽게 하는 엄청난 사태로까지 나갔던 것이다.

학생운동의 주체세력이 NL이든, PD든간에 이런 형태의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운동의 기본틀은 어디까지나 봉사활동의 의미를 넘지 않아야 한다.

환경운동도 반핵운동으로 이어지면서 폭력.과격시위로 발전할 수 있다.

누가 주체고, 무엇을 주제로 삼든 학생운동은 건전한 사회봉사라는 틀을 지키는 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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