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여당 경선 탈락자들과 잇단 접촉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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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와 신한국당 이수성 (李壽成) 고문의 24일 일산 조찬은 시종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배석자없이 이뤄진 회동후 "두분 웃음소리가 여러차례 밖에까지 들려왔다" 고 밖에서 대기한 장성민 (張誠珉) 부대변인은 전했다.

회동을 마친후 金총재는 이례적으로 현관밖에까지 내려와 李고문을 배웅했다.

제1야당 총재와 며칠전 집권당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와의 단독대좌는 여러 뒷얘기를 낳고 있다.

특히 李고문이 '일산방문' 을 사전에 청와대에 알리지 않았고, 청와대측이 이를 떠름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는 이날의 만남에 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야권은 이런저런 정황을 종합, 李고문이 신한국당 경선이후 또 다른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관측한다.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대표측이 '한번 그래 보는 것' 이라고 치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경선 패배후 정치판에 정나미가 떨어졌을 수 있지만 '뭔가' 를 이뤄보고자 하는 의지는 더 높아졌다" 는 것이다.

李고문이 이날 오후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을 찾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인다.

李고문과 가까운 국민회의 H, L의원등은 "총리 시절부터 金총재를 높이 평가했으며 '역사발전을 위해 한번쯤은 호남의 정권참여가 필요하다' 는 지론을 여러차례 역설해왔다" 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金총재 한 측근은 "李고문의 행보를 기성정치인처럼 당내에서 어떤 자리나 지분을 얻어내기 위한 시위로 볼 수 없다" 며 'DJP+알파' 구도의 첫 동참자로 기대했다.

이 측근은 金총재가 최병렬 (崔秉烈) 의원및 민주계 중진의원등 상당수 신한국당 의원들과 잇따라 만날 것이라고 예고, 여권을 대상으로 한 합종연횡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자민련쪽에서는 김대중총재와 李고문이 지역화합을 명분으로 연대하고, 김종필 (金鍾泌) 총재와 이한동 (李漢東) 고문이 보수를 명분으로 연대한뒤 두 그룹이 합치는 방안까지 운위되고 있다.

신한국당 경선 탈락자들의 입지 모색 노력과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야당 총재들의 분주함이 신한국당 경선이후 가장 먼저 나타나는 정치현상이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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