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민무력부장 교체 왜 … 군부 앞세워 대남 군사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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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11일 김영춘(73·사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한 건 대남 군사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대북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인사가 그동안 말로만 했던 ‘남한 때리기’에서 벗어나 최근 군부를 앞세워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일련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1년간 통일전선부 외곽 단체인 조국평화통일연구원이나 노동신문 등 주로 언론을 통해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TV에 등장해 ‘전쟁 불사’를 천명하고 수시로 “빈말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최근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등 실제적 군사 행동이 포착되고 있다. 군부가 전면에 나섰음에도 정책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셈이다.

이날 개별적인 군 인사를 방송과 통신을 통해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또 해군사령관 출신의 전임 김일철 부장에 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이자 야전 경험이 풍부한 김 부장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요즘 들어 대남 총괄부서인 통일전선부 대신 군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며 “그동안 말로 대남 압박 강도를 높이다 군부 중심으로 실제 군사 행동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군부 핵심 간부들을 대거 교체했다. 인민무력부·총참모부와 함께 군부 트로이카로 불리는 총정치국도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이 어려운 조명록 차수를 대신할 제1부국장에 김정각 대장을 임명해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인사 대상은 야전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년간 육군사령관 격인 작전국장을 이명수에서 김명국으로, 공군사령관을 오금철에서 이병철로, 해군사령관도 김윤심에서 정명도로 교체해 작전 라인을 정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군부 세대 교체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신임 인민무력부장이 일흔이 넘은 고령인 데다 2년 가까이 국방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보좌해 왔다는 점에서 세대 교체보다는 대남 정책에서 군부의 전면 등장이란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1998년 김정일 체제 등장 이후 인민무력부·총참모부·총정치국 등으로 군부 권한을 쪼갰던 것을 다시 김영춘 부장 중심으로 결집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의 담판, 그리고 ‘비핵·개방·3000’을 입안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 체제를 염두에 두고 군부 최강경파인 김 부장을 내세워 군사적 긴장을 통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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