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회창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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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대표에게 22일 아침의 햇살은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정계입문 1년반만의 대승부와 대승리. 그는 악수도 제대로 못하던 아마추어 정치인에서 일약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된 것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는 12월 대선의 승리가능성을 점침으로써 의미를 더하고 있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축하인사차 보낸 조홍래 (趙洪來) 청와대정무수석의 모습이 한갓 인사 전달자가 아니라는 기자의 느낌도 이런데서 비롯됐다.

이날 아침 서울구기동 자택에서 만난 李후보의 홍조 (紅潮) 띤 얼굴에는 전날의 감격이 채 사라지지 않은듯 했다.

집에는 이렇듯 가벼운 흥분이 깔려 있었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李후보의 말은 곧 '침착과 냉정' 으로 내려 앉았다.

그는 승리.감사라는 단어보다 화합.단결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DJ나 JP에 비해 본선경쟁력이 있느냐" 는 질문에는 "나는 새 상품이요, 새 정치인이며 새 인물"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일보 김현일 (金玄鎰) 정치부장대우가 준비한 질문은 약속된 시간을 넘쳤다.

일부는 서면으로 답변을 받았다.

- 당선을 축하합니다.

"지지해준 대의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선에 정정당당하게 참여해 우리 당의 민주화 발전에 기여한 다른 후보들에게도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 경선은 여당사상 최초의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으로 기록될 겁니다."

- 李후보는 지난해 1월 입당할 때만 해도 세력기반이 거의 없었습니다.

비결이 뭡니까.

"국민과 우리 당의 여망이 맞아 떨어진 것같아요. 그 여망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21세기 새시대에는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같아요. 대의원과 국민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등 모든 분야가 무엇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잘못하면 그동안 일궈놓은 경제.사회등 모든 분야가 뒤로 후퇴할 것이라는 걱정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이를 바로잡을 새 사람으로 저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

- '김심' 의 중립이 결과적으로 李후보에게 도움이 된게 아닙니까. "결국 경선이 순리대로 진행됐고 그 결과가 나왔다고 보면 내가 후보로 선출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

- 경선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우리 진영이 괴문서를 돌렸느니 금품을 살포했느니 하는 공세들이었죠. 그런 일은 결코 없었어요. 그런데도 그런 얘기가 나오니 그 자체가 참으로 놀랍고도 가슴 아픈 일이었지요. 그러나 이런 일들은 당이 하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입니다. "

- 말이 나와서 그런데 박찬종 (朴燦鍾) 고문이 주장한 금품살포설의 진상은 무엇입니까. 진상을 규명할 각오가 돼있습니까. 사실이 아닐 경우엔 朴고문에게 책임을 추궁할 겁니까.

"저는 그런 행위를 일절 하지 않았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일부에서 무엇인가를 오해한 것같아요. 이 문제는 이미 명확히 시비가 가려졌다고 봅니다."

- 낙선자들과는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겁니까. 이한동 (李漢東) 후보는 마지막 순간 후보들이 같이 손을 잡을 때 보이지 않던데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지요. 사실 일곱 사람이 나와 경쟁하는데 진통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 후보 모두 대통령감으로는 훌륭한 분들이고 정권재창출을 위해 한배를 타고 같이 갈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후보들과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고 한마음 한뜻이 돼 새로운 정치를 열어가자고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입니다."

- 金대통령과는 어떤 관계가 바람직할까요. 여권에서는 8월말이나 9월께 金대통령이 후보에게 총재직을 이양할 것이란 관측도 무성한데요.

"총재직 이양은 아직 이야기할 때가 아닙니다.

지난 4년간의 개혁정책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방향은 옳다고 봅니다.

우리 당은 金대통령께서 개혁을 임기끝까지 용기와 소신을 가지고 훌륭하게 마무리 하도록 뒷받침할 것입니다. "

- 당정개편에 대한 구상은 어떻습니까. 패배한 측에 대한 배려가 있을는지요.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경선은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입니다.

경선후나 전이나 당을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부 다 화합해서 함께 나가야 합니다. "

- 화제를 대선으로 돌려보지요. 야당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우리 당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 당은 어느 특정지역을 바탕으로 한 지역정당이 아니고 전국에 기반을 둔 민주정당입니다.

또 많은 국민들은 3김정치를 청산하고 지역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야당을 이길 수 있는 자신의 장점과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거 제 선전이 되니까 말하기가 좀 쑥스럽군요. 감히 얘기하건대 국민이 바라는 새시대 새지도자상에 내가 부합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는 누구보다 민주주의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도덕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 DJP (김대중.김종필) 후보단일화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까.

"현시점에선 쉽사리 전망하기는 어려울 것같습니다.

그것은 결국 권력분점에 대해 서로가 어느 정도 믿느냐에 달려 있지요.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단일화가 권력장악만을 위한 하나의 편법에 그칠 경우 국민이 쉽게 납득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 李후보는 고비용 정치구조의 타파를 강조해 왔습니다.

대선때 합법적인 비용말고, 예를 들어 재벌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 "합법적인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 합법적인 자금만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선거운동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요.

"우선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지양하고 TV토론등 대중매체를 통한 선거를 해야할 것입니다.

여야합의를 통해 돈 안들고 깨끗한 선거를 하기 위한 정치개혁을 이끌어 내겠습니다.

합법적인 자금만으로도 선거가 가능하게 만들겠습니다."

- 고비용을 줄인다는 면에서도 그렇고 앞으로 선거는 TV토론에 많이 의존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대중국민회의총재는 자신이 TV토론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李후보는 어떻습니까.

"金총재나 김종필자민련총재나 모두 다 나름대로 국가경영철학을 갖고 있고 많은 분야에서 지식과 경륜을 갖춘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얼마나 진실되게 전달할 수 있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 대규모 군중집회문제는 어떻습니까. 李후보는 얼마나 이를 계획할 겁니까.

"대규모 군중유세는 새시대 새정치에 맞지않는 과거의 정치행태라고 봅니다.

군중을 동원하는데 막대한 돈이 들게 되는데 이는 결국 돈선거를 부르고 정경유착으로 이어집니다."

- 여당의 대선운동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봅니까.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겁니까. "대통령은 대선의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으로 봅니다."

- 여당의 92년 대선자금문제가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입니까.

"우리는 21세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과거를 캐는데 힘을 쏟을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신한국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내부의 단결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李후보와 핵심 민주계사이에 아직도 감정의 골이 깊은데 이를 어떻게 정리할 겁니까.

"저는 아무런 감정이 없음을 이 자리에서 확실히 밝히고 싶습니다.

상당수의 민주계 인사들이 경선에서 저와 뜻을 같이 했습니다.

앞으로 나머지 분들과도 같이 할 겁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화합과 단결을 통해 응집력을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재창출에 나서야 합니다. "

- 과거정권에서는 정치보복이 있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습니다.

"이제 단절과 단죄에 국력을 소모하는 과거청산의 정치는 그야말로 청산해야 합니다.

용서하고 포용하는 화해의 정치를 펴야지요. 정치보복은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이자 소신입니다.

과거정권과의 단절이란 목표를 정해놓고 과거의 정적을 겨냥해 인위적으로 펼치는 사정이란 있어선 안됩니다."

- 대선에서는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울 겁니까. '21세기 선진대국의 실현' 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21세기 선진대국' 은 모든 분야에서 상식과 원칙이 통하고 제도나 국민의 의식이 일류가 되는 선진민주사회로서 국민소득이 3만달러 정도 되는 경제부국을 의미하는 겁니다."

- 여당후보가 대선을 위해 대통령에게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할 것이란 얘기가 있습니다.

그럴 용의가 있습니까.

"원칙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현시점에서 사면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 개헌문제에 대해 대선에서 어떤 입장을 가질 겁니까. 야당은 후보단일화를 위해 내각제 개헌을 협상하고 있는데….

"내각제나 대통령중심제나 모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국민합의에 따라 대통령제가 채택된 만큼 정치적 필요나 타협에 의해 내각제 개헌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중임으로 고치자는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현행 대통령중심제는 여야합의로 만들어졌으니 무엇보다 이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국내외적 시대환경이 변하여 국가사회발전에 보다 더 도움이 되는 제도가 있다면 개선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고 정치적 필요 또는 정략적 이유로 헌법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은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최근 여러 대기업이 쓰러지더니 최근에는 기아그룹이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해결할 묘안이 있습니까.

"기아그룹의 부도사태에 대해서는 국가경제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각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일시적 효과를 기대하는 단기처방이어서는 안됩니다.

반짝 효과를 볼지는 모르지만 전반적인 경제흐름을 개선하는데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

- 그밖에 청소년 문제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여당 대통령후보로서 어떻게 대처하실 겁니까.

"분야별로 문제점을 진단, 대책을 세워 나가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정상화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 현정권이 많은 실정 (失政) 을 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판단을 같이 합니다.

여당대통령후보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일각에선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하는데요.

"지난 4년간 개혁을 펼치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개혁의 물꼬를 텄을 뿐 아니라 그 근본이 옳았다고 봅니다."

- 정치와 법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법대로를 계속 지켜나갈 겁니까. 본인의 이미지를 위해 바꿔나갈 점은 없는지요.

"법치주의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상화된 사회를 중시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입니다.

내가 이를 강조하니까 '법대로' 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은데 저도 이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난사람=김현일 정치부장대우

정리 =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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