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호된 내조홍역 치른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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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한국당 이회창대통령후보의 부인 한인옥 (韓仁玉.59) 씨에게 지난 경선기간은 '생애에서 가장 어려운 세월' 중 하나였던 것같다.

평범한 주부로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렸던 韓씨가 '활동적 여성' 으로 탈바꿈해 지방을 돌며 남편의 경쟁력을 홍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21일 밤 "나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남편에 대한 평가와 표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무척 조심스러웠다" 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녀가 서울지법 판사였던 李후보를 처음 만난 것은 61년 초가을. 그녀는 서울고등법원장 한성수 (韓聖壽.후일 대법관 역임.88년 작고) 씨의 3남2녀중 차녀였다.

李후보의 선배 법관 김정규 (金政圭.변호사) 씨가 중매인이었다.

두사람은 이듬해 3월 결혼했다.

韓씨의 선대 고향은 경남 산청이고 출생지는 경남 함안. 그녀는 부산여중.경기여고를 나와 서울대 사범대 가정학과를 졸업했다.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다음은 韓씨와의 인터뷰 내용.

- 李후보 당선에 대한 소감은.

"그를 지지해준 대의원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대선에서 그분이 승리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계속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

- 대의원을 만나 득표활동을 해본 느낌이 어떻습니까.

"며칠 다녀보니까 눈빛을 보면 그들이 李후보에 대해 어느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여러 사람 앞에서 인사하고 말을 한 경험이 별로 없어 어려움이 많았는데 저더러 '아마추어같은 면이 오히려 낫다' 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힘이 됐지요. "

- 경선기간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금품수수설 파동이지요. 신문에 그 기사가 실린 날 지방의 지구당에 가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을 꺼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그때는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까웠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 안심했어요. "

- 두 아들의 병역면제문제를 둘러싼 시비도 어머니로서 속이 상했을텐데요.

"참으로 곤혹스러웠어요. 그런데 우리보다 더 곤혹스러워한 사람은 아들들 자신이에요. 그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남편과 제가 위로했지요. 지구당을 돌 때도 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몇번 받았어요. 나는 성의껏 자세히 답변했지요. 그러니 납득하는 눈치였어요. 아들들이 체중이 미달돼 합법적으로 면제받은 것이지 일부러 면제시키려고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결코 없어요. "

- TV 대담프로에서 역대 영부인중 육영수 (陸英修) 여사를 제일 존경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 그분과 가까이 지내거나 한 인연은 없습니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것처럼 나도 陸여사를 느끼고 있어요. 그분은 부드러움으로 카리스마적인 朴대통령의 이미지를 중화시켰다고 봐요. 그리고 나름대로 청와대내에선 야당의 역할을 하려고 했고, 항상 국민과 가까이 있으려고 한 것같고…. 어느날 그 분이 길거리에서 빨간 색의 '사랑의 열매' 배지를 사람들에게 달아주었는데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나에게도 하나 달아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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