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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상 이변 동시 발생 … 지구촌 ‘다이폴 모드’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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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구촌 곳곳이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불·폭염·가뭄·폭우가 동시에 겹친 호주는 국가 비상 사태에 빠졌다. 프랑스와 영국에선 폭우를 동반한 겨울 폭풍이 몰아쳤고, 중국은 최악의 가뭄 사태로 초비상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바다와 대륙의 온도가 모두 높아져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이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상 이변 백화점 호주=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 7일 발생한 산불로 10일까지 최소 181명이 숨졌다고 주정부가 밝혔다. AP통신은 빅토리아 주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가 23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호주 남부 지역은 최근 한낮 기온이 최고 섭씨 47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이어지면서 극심한 가뭄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호주 북부 지역은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를 봤다. 케언스 인근 지역은 하천 범람으로 도로가 끊겼으며 수백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기후센터는 “엘니뇨(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와 라니냐(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가 동시에 일어나는 다이폴 모드 현상이 호주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인근 해역의 습기 많은 바람 때문에 호주 북부에는 폭우가 내리고, 남부에는 메마른 바람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겨울 폭풍 몰아치는 프랑스·영국=프랑스에서는 9일부터 폭우를 동반한 시속 100㎞ 이상의 강풍이 서부 해안 지역과 파리를 강타해 파리의 2개 국제공항이 34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고 AF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파리에서는 9일 오후 8시부터 10일 오전 10시까지 샤를 드골 공항과 오를리 공항 등 국제공항 두 곳이 완전 폐쇄되고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 대서양에 인접한 서부 해안 지역에서도 시속 140㎞의 강풍이 몰아쳐 가로수가 쓰러지고 건물 지붕이 날아가는가 하면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영국에서도 9일 폭우를 동반한 폭풍이 몰아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남서부의 서머싯과 윌트셔 지역은 홍수로 물에 잠겼다. 반면 미들랜즈와 웨일스 등의 중부 지역에선 폭설이 내려 3000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서부 브리스톨의 국제공항이 이날 저녁 폭설과 기상 악화로 폐쇄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주민들의 쇄도하는 구조 요청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인공강우 뿌리는 중국=50년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중국은 인공강우까지 시도하고 있다. 중국 기상 당국은 7일 “최근 인공강우를 만들기 위해 구름을 조성하는 화학물질을 담은 로켓 2300여 발과 대포 400여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9일까지 44개 현에는 평균 10㎜ 이내의 비가 내렸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지나치게 많은 인공강우를 만들어 가뭄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어, 이번 인공강우가 또 다른 폐해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또 지난 6일 사상 처음으로 가뭄 1급 경계령을 발동한 중국 정부는 황허(黃河) 상류의 물을 대량 방류하고, 창장(長江)의 물을 끌어오는가 하면 인근 호수와 지하수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유철종·강병철 기자

◆다이폴 모드 현상(Dipole Mode Event)=같은 지역에서 기상이 크게 다른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의미로 1999년 기상학계에서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호주의 경우 인도양 동부에서 해수면 온도가 3년 연속 평년보다 크게 내려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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