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셀까 불이 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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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물과 불의 대결이다. 정교함과 장타의 싸움이기도 하다.


‘분필선’ 신지애(21)와 ‘천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20)가 13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터틀베이 골프장(파72·6582야드)에서 개막하는 SBS오픈에서 샷 대결을 펼친다. 올 시즌 개막전인 이번 대회는 두 선수의 LPGA투어 공식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물과 불의 대결=두 선수는 여러 모로 대조적이다. 신지애가 물처럼 부드럽다면 미셸 위는 불처럼 뜨겁다.<표 참조> 신지애는 ‘분필선’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정교한 샷을 앞세워 페어웨이와 그린만을 오가는 스타일이다. 샷이 빗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반면 미셸 위는 27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브샷이 장기. 일단 장타를 터뜨린 뒤 핀을 향해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270~280야드를 때려내지만 그러다 보니 러프나 해저드를 오가는 경우가 잦다.

2006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신지애와 2005년 10월 데뷔한 미셸 위는 그동안 네 차례 같은 대회에서 대결했다. 결과는 4-0으로 신지애의 완승. 첫 대결이었던 2007년 US여자오픈에선 신지애가 공동 6위에 오른 반면 미셸 위는 2라운드 도중 경기를 포기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선 신지애가 공동 19위를 차지했지만 미셸 위는 컷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운명적인 만남=신지애는 가시밭길을 헤치고 골프 지존의 자리에 오른 선수. 중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고,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살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다. 반면 미셸 위는 평탄한 아스팔트 위를 달려온 경우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적인 티칭프로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일찌감치 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신지애와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난 미셸 위는 하나뿐인 LPGA 투어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운명적인 대결을 펼쳐야 한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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