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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논술] 올곧은 청동, 성실한 해바라기… 우리 모습과 어떻게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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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아이의 머리 모양을 보고 아빠가 한마디 했다.

“머리를 그렇게 늘어뜨리고 다니면 누가 널 학생으로 보겠니? 단정하게 묶어라.”

딸아이는 요즘 머리를 묶고 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마가 넓어 머리를 묶으면 촌스럽다고 짜증을 냈다. 엄마도 딸아이 편을 들었다. ‘세련되고, 멋지다’는 엄마의 칭찬에 기분이 풀린 딸아이는 나풀거리며 집을 나섰다. 엄마·아빠는 딸아이의 가정교육 때문에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옛날 우리나라의 가정교육은 엄했다. 아버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정도의 분위기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실수를 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회초리로 매를 맞기도 했다. 집안일을 통해 생활의 지혜를 배우며 중요한 내용을 교육받았다. 도덕과 윤리를 몸에 익히며 바른 품성을 갖도록 키워졌다.

오늘날은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가정교육이 이루어진다. 가족 간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부모와 자식이 친구처럼 친근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생활을 강조하는 개인중심적 사고나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돼 함께 하는 가족공동체 문화가 약화되기도 한다.

이번 시간에는 차오원쉬엔의 『청동 해바라기』를 통해 가난한 삶 속에서도 따뜻한 영혼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청동의 가정교육’을 살펴본다. 우리 문화 속에서 가정교육의 가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열/려/라/책

『청동 해바라기』차오원쉬엔·사계절 출판사

벙어리 소년 청동과 아버지를 잃고 홀로 된 소녀 해바라기. 간부학교에서 생활하는 해바라기는 예술가인 아빠가 일하러 가면 늘 혼자가 된다. 하지만 해바라기는 언제나 홀로 생활해 온 청동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 준 존재다. 청동은 가난하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도 갖지 못하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올곧은 아이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가족에게서 비롯된다.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어른인 할머니와 성실하고 근면한 부모는 청동의 바른 인성의 밑바탕이 되었다. 해바라기는 예술가인 아빠가 죽게 되면서 청동네 새로운 가족으로 인연을 맺게 된다.

문화혁명기의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야기 속에는 해바라기의 교육과 생계를 위해 애쓰는 어른들의 노고가 따뜻한 햇살처럼 비춰지고 있다. 다툼과 질투 속에서 성장하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 청동과 해바라기가 서로 주고받는 믿음과 사랑의 모습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옳은 것은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 청동의 특별함과 가족의 희망으로 제 몫을 다하는 해바라기의 성실함은 각기 다른 문화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을 잘 드러내 준다.



▶독후 활동

<문제1> 『청동 해바라기』는 중국의 가난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우리의 농촌 모습과 다른 점을 찾아 보자.

<문제2> 이 책에서 까위 아버지는 청동이 자기 오리를 훔쳤다고 하고, 청동은 청둥오리를 잡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청동이 도둑으로 몰린 상황에서 가족들이 보인 다음 태도를 살펴보고, 가정교육의 측면에서 타당성을 판단해 보자.

- 청동 아버지의 태도에 대하여

- 할머니의 태도에 대하여

<문제3> 이 이야기에서 청동 아버지가 평소 가족에게 보여준 모습을 예로 들어 청동 아버지의 가정교육 태도에 대해 평가해 보자.


청동의 아빠 : “말해! 그 오리가 도대체 청둥오리야, 까위네 집 오리야!”

쓰레기통에 있는 청둥오리의 깃털과 까위 아버지가 가져온 오리의 깃털은 색깔과 모양이 같았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그 오리가 청둥오리인지 집오리인지 반드시 밝혀내야만 한다고 보았다. 만약 오랫동안 지켜온 집안의 정직성과 신뢰를 훼손시켰다면 청동은 매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할머니 : “차라리 날 때려라. 할머니는 알고 있다. 그건 청둥오리였어!”

아버지가 청동을 교육시키려 하자, 할머니가 먼저 청동 앞에 섰다. 때리기 전에 먼저 아이의 말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까위의 오리든, 청둥오리였든 가족들을 먹여야 한다는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 본다.



논/술/창/고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로버트 밴튼 감독, 1997

사회적 신분 상승만을 생각하던 남자가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아내 대신 아들을 맡아 키우게 되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대해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1999

제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박해 속에서 아들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랑을 담은 영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유머스럽게 묘사했다.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아름드리미디어

부모가 없는 소년 ‘작은 나무’가 인디언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삶과 영혼의 소중함을 배워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

『내 친구에게 생긴 일』 미라 로베, 크레용하우스

새 아버지에게 맞는 소년과 방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또래 친구의 시선을 통해 어른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



토/론/활/동
아이들은 꾸지람을 듣기 싫어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부모는 어떻게 아이를 가르쳐야 할까? 다음 상황에서 부모가 보여준 태도가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내용 간디는 거짓말하는 아들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아룬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다. 어느 날 아룬의 아버지가 아룬에게 말했다.

“차를 수리해야겠구나. 정비소에서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어도 5시까지 날 데리러 오거라.”

아룬은 정비소로 가서 차를 맡겼는데 예상보다 차 수리가 너무 빨리 끝났다. 시계를 보니 12시. 아직 다섯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그는 영화를 두 편 동시 상영하는 극장으로 가서 표를 샀다. 그런데 영화 한 편만 보고 나오려던 아룬은 영화에 푹 빠져 그만 두 편을 연속해서 보고 말았다. 영화 두 편이 다 끝나고 나서야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보니 6시도 훨씬 넘었다. 그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의 얼굴에는 근심과 안도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

“아들아, 네게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나 않았는지 무척 걱정했단다. 무슨 일이 있었니?”

아룬은 갑자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어리석은 정비사들 때문이에요. 고장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수리를 끝냈어요. 곧장 달려왔는데, 너무 늦었네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는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다. 잠깐 그의 얼굴이 찌푸려졌으나 다시 침착함을 찾는 듯했다.

“이제 집에 가야죠. 타세요,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는 차에 타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아니다. 나는 집까지 걸어가련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나는 너를 올바르게 키우고자 노력했단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구나. 나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다. 어떻게 해야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집까지 걸어가야겠다. 그리고 네가 거짓말 할 정도로 내가 나쁜 아버지였다면 부디 나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아버지는 약속시간에 오지 않는 아들이 걱정된 나머지 정비소에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룬에게는 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훗날 아룬은 그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후로 저는 어떤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출처 『마시멜로』‘두 번째’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성적표 감상문>
초등학교 2학년 때, 40점 만점의 수학시험에 26점을 받은 저는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어 거짓말을 했습니다. “엄마, 나 36점! 반에서 2등 했어요.” 들통 날까 겁이 났지만 환하게 웃는 엄마를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거짓말은 계속됐습니다. 시험지는 버렸고 잘 치른 과목만 보여 드리거나 점수를 고쳤습니다. 그렇게라도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학기말, 선생님은 성적표를 나누어 주며 말씀하셨습니다.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감상을 다섯 줄 내로 적어 달라고 하세요.”

아,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했습니다. 도장이나 사인이라면 모를까, 감상이라니요! 눈물이 절로 나고 집을 나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껏 제가 거짓말한 것을 알면 엄마는 얼마나 실망하실까요.

해질녘까지 헤매다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가니 엄마는 계집애가 어딜 싸돌아 다니느냐며 화를 내셨습니다. 내 속도 모르고 화 내는 엄마가 미워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친 뒤 방으로 들어와 울다 잠이 들었지요.

다음날 아침, 결국 엄마께 성적표를 보여 드리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성적표를 제출했지만 나만 가만있었습니다. “미선이는 왜 안 내?” 선생님의 다그침에 눈물을 글썽이며 성적표를 꺼냈는데, 이게 웬 일! 감상 5줄이 적혀 있는 게 아닙니까! 분명 엄마의 필체였습니다. 엄마는 내 거짓말을 다 알고 계셨던 걸까요?

나는 눈물을 훔치며 앞으로는 진실한 노력으로 엄마를 웃게 해 드리고자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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