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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얼굴 점까지 … CCTV가 24시간 지켜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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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5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청 5층 통합관제센터.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CCTV(폐쇄회로TV) 화면에 승용차 한 대가 포착된다. 장소는 주정차 금지구역인 지하철 왕십리역 1번 출구 앞. 카메라는 차가 정차하는 순간부터 승용차를 클로즈업해 번호판을 비춘다. 차량의 번호와 정차 시간이 관제센터에 있는 모니터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같은 시각 도로의 CCTV 옆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는 ‘XXXX번 차량, 주차 단속 중입니다. 신속히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7분 이상 같은 위치에 정차하면 모니터에서는 자동으로 과태료 고지서를 출력한다.

서울 성동구청 통합관제센터 관계자들이 관내 곳곳에 설치된 237대의 CCTV가 촬영하는 영상을 모니터로 보면서 주정차 위반,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을 감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같은 시각 통합관제센터 한 쪽에서 성동경찰서 생활안전계 소속 경찰관과 교통사고조사계 경찰관이 교통사고 조사에 필요한 채증작업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왕십리역 부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데 필요한 현장 사진이 필요해서다. 컴퓨터 서버에 저장된 CCTV 영상에는 사고 차량은 물론 운전자의 얼굴 표정까지 생생하게 녹화됐다. 경찰관들은 이 중 몇 장면을 증거자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성동구청은 지난달 16일 12억원을 들여 청사 5층에 204㎡의 통합관제센터를 만들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 감시, 한강 수위 측정, 주정차 단속 등의 목적으로 구청 각 과에서 설치한 카메라 205대와 성동경찰서의 방범 CCTV 32대 등 237대의 CCTV를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성동구 인구가 32만7370명인 것을 감안하면 1381명당 한 대꼴이다.

통합관제센터는 10여 명의 공무원과 경찰 2명이 3개 조로 나눠 24시간 근무하면서 성동구의 불침번 역할을 한다. CCTV는 도로변 3~4㎞마다 하나씩 설치돼 있다. 왕십리역 일대의 번화가와 성수동·금호동 등 주택가에는 반경 1㎞ 안에 두 대가 설치된 곳도 있다. 관제센터에는 61대의 모니터가 있다. 50인치 멀티큐브모니터 18대, TV모니터 12대, 컴퓨터 모니터 31대 등이다.

CCTV는 360도 회전하며 사람이나 차량을 클로즈업해 촬영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100~200m 떨어진 행인의 얼굴에 있는 점까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달리는 차 속의 운전자 얼굴을 촬영한 뒤 떨림 현상을 보정해 준다. 촬영된 영상은 구청 서버에 30일간 저장된다. 유종식 성동구청 정보통신팀장은 “육안으로 보이는 그대로 CCTV에 찍혀 보관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동구가 관내 CCTV를 한 군데로 통합하게 된 것은 범죄·재난·재해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과별로 필요에 따라 설치해 놓은 CCTV 화면을 자신의 사무실에서만 볼 수 있었다. 경찰의 CCTV 모니터는 경찰서에 설치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237대의 CCTV는 평소에는 주차 단속이나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 등 고유의 역할을 한다.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관이 CCTV를 원격으로 조종하면서 감시 방향과 범위를 결정하고 필요한 영상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대형 모니터에 올린다. 범인이 도주하면 CCTV 영상을 보면서 도주 경로를 예상하고 무전기로 순찰차를 출동시킨다.

수해가 생기면 구청장·경찰서장·구의회 의장 등 관계자들이 관제센터에 모인다. 이들은 모니터에 비치는 한강과 침수 지역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CCTV와 함께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이 녹화된 자료를 교류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성동구청 정보통신팀 홍정환 주임은 “긴급 사태를 제외하고 수사나 주차 단속을 위해 상대 기관의 CCTV에서 채증작업을 하려면 공문을 보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어린이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사 현장, 어린이 등하굣길 스쿨존에 CCTV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유 팀장은 “앞으로는 공사장이나 학교 앞 등에서 사고가 날 경우 신고가 없어도 바로 인명 구조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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