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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인더스트리 명예퇴직후 김밥집 낸 함재상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회사에 섭섭한 감정은 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잘 돼서라기 보다는 당시 상황이 회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죠. " 서울 우이동 덕성여대 정문앞에 자리잡은 분식점 '김가네 김밥' 의 함재상 (咸在祥.41) 사장. 지난해 8월 14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떠난뒤 분식점을 차린 咸사장은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는 당시 섬유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에 허덕이는가운데 인력체증이 심해지면서 승진은 물론이고 회사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자 퇴직을 생각하게 됐다.

때마침 회사에서 제시한 명예퇴직제가 문제의 해결은 아니지만 일종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입사동기 15명중 7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한 동기중 한 사람을 빼고는 다시 일하고 있어 '다들 잘됐다' 고 생각되지만 동기들끼리 만나면 퇴직을 후회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咸사장은 "10여년간 애사심을 갖고 일해 온 명퇴자들에게 회사가 최대한 예우를 해주었다고 퇴직자들은 많이 얘기한다" 고 전했다.

퇴직당시 영업 과장이었던 그의 월급은 1백50만원선. 지금 분식점 수익은 월평균 4백만원. 주변에서는 그의 변신을 성공적이라고들 말한다.

咸사장은 이에대해 "명예퇴직을 부끄러워 하지는 않지만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차선책이지 최선책은 아니다" 라고 강조한다.

그는 직장을 다니는 동료들이 창업에 대한 조언을 구해올 때 항상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본뒤 결정하라" 고 얘기한다고 한다.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자영업자라 신용도가 떨어져 각종 서류를 요구할 때 서글픔을 느꼈고 주변에서 큰 잘못이라도 저질러서 명퇴한 것처럼 말할 때는 주저앉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10평짜리 점포를 5년뒤엔 '코코스' 같은 대형 음식전문 체인회사로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이원호.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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