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박격포까지 동원 비무장지대서 무차별 포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6일 오전 강원도철원군김화읍먹실리 비무장지대는 총성과 포성으로 가득했다.

간간이 쏟아 붓는 빗줄기속에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 (MLD) 을 사이에 두고 20여분간 수백발의 총포를 주고받았다.

북한군은 박격포까지 10여발 발사했다.

쌍방의 교전거리는 1.3㎞. 서울역에서부터 덕수궁까지의 거리다.

군 관계자는 "7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 이라며 "전쟁상황 그대로였다" 고 전했다.

◇월경 (越境) =오전10시50분. 비무장지대 우리쪽 진영의 백골부대 전방초소 (GP)에선 북한군 명이 북쪽 초소와 군사분계선 사이의 추진철책을 넘는 것이 관측됐다.

북쪽은 북한군 25사단 관할지역. 오락가락하는 빗속이라 시계 (視界)가 좋지않아 육안이 아닌 관측장비로 포착한 것이다.

10시57분. 추진철책을 넘은 북한 군인중 7명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이 육안에 들어왔다.

우리 군은 당시 시계가 좋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 의도적 도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아군은 즉각 경고방송을 보냈다.

"경고한다.

경고한다.

너희들은 지금 군사분계선을 침범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너희들의 행위는 엄중한 도발행위다.

지금 즉시 복귀하지 않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 유엔사의 교전 규칙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북한 군인은 경고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분계선으로부터 70여까지 계속 남하했다.

◇교전 (交戰) =11시2분. 우리측 GP 2곳에서 공중을 향해 K2소총 1백발을 발사했다.

위협사격이자 경고사격이다.

2곳의 GP인원은 모두 70~80여명. 1분뒤 다시 1백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2분후인 11시5분. 북한군 GP 2곳에서 소총과 기관총성이 울렸고 아군 초소로 총알이 비오듯 쏟아졌다.

우리 초소를 향해 조준사격을 가한 것이다.

1차는 모두 70~80발. 교전 규칙에 따른 우리측의 대응을 무시한 명백한 도발이다.

다행히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11시6분. 아군도 즉각 CAL50 기관총으로 적의 2개 GP를 향해 70여발을 응사했다.

그리고는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총성으로 귀가 먹먹한 가운데 15분이 흘렀다.

11시21분. 잠잠하던 전선에 다시 굉음이 울려퍼졌다.

아군 2개 GP로 종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북한군 포탄이 각 1발씩 날아왔다.

아군 1개 초소의 관측기와 지하벙커가 부서졌다.

이번에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후 살펴보니 포탄은 북한군의 82㎜ 무반동총 탄환이었다.

11시25분. 북한군의 공격이 한층 거세어졌다.

곡사화기 (박격포) 10여발을 다시 아군 GP 2곳으로 쏘아보냈다.

북쪽 GP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사한 것으로 판단됐다.

우리측도 즉각 K2소총 수백발을 대응사격하는 한편 57㎜ 무반동총 1발을 쏘았다.

중대 상황이 발생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북한군이 다시 화력공격을 해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 뻔했다.

◇사격중지 = 11시47분. 아군은 확성기 방송을 통해 "상호 사격을 중지하자" 고 제의했다.

북한군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낮12시2분. 총격전 와중에 몸을 숨기고 있던 북한군 7명이 MDL을 넘어 북한군 초소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어 12시20분 북한군 GP쪽에 앰뷸런스 1대가 들어오는 것이 관측됐다.

오후6시 현재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