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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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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만난 사람=고대훈 내셔널 데스크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구 1000만이 넘는 고도(古都) 서울을 자전거 도시로 만든다는 건 아주 도전적인 목표”라며 “그럼에도 취임 초부터 자전거 친화 도시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지금 새로운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쇼핑, 등·하교, 출퇴근 등 생활 속 자전거 타기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 차원에서 자전거 타기의 날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5월 중 자전거 축제를 열기로 한 배경이다. 그는 자전거 매니어다. 16대 국회의원 시절엔 자전거로 국회에 출근했다. 자전거를 타고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6일 서울시청 별관 시장실에서 그와 만났다.


 -용산 참사를 통해 현행 재개발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행 재개발은 세입자의 희생 위에서 지주와 시행사가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세입자들을 배려하고 공존하는 측면에서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크게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재개발 논의에서 배제된 세입자들의 지위를 회복해줘야 한다. 그리고 보상비나 이주 조건에 대한 분쟁이 생겼을 때 퍼블릭 섹터(공적 기구)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적 기구에서 객관적으로 감정해야 한다. 그동안은 보상 감정 과정에서 조합이 주도권을 갖고 있어 지주의 이익을 많이 내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세입자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세입자에게 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주비를 올려주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을 계속하려는 세입자에게 ‘우선 지위권(임차권)’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더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서울 시내 지하상가 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지하상가는 공공 물량이다. 모든 시민이 임차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쟁입찰제로 바꿀 방침이다. 현재 지하 상가 주인들은 시세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임대료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가를 권리금을 받고 팔고 있다. 계약 만료가 된 20개 상가에 대해 명도소송을 냈거나 준비 중이다. 장사가 잘되는 강남역·영등포역 지하상가는 연내 경쟁입찰에 부칠 계획이다. 경기를 감안해 24개 상가는 입찰을 유보했다.”

-제2 롯데월드 허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

“경제위기에선 ‘빅 푸시(Big Push·집중공세)’를 해야 한다. 제2 롯데월드 건설은 외자 10억 달러를 포함해 사업비만 1조7000억원 규모로, 2만3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낸다. 매력적인 건물 하나가 사람을 끌어 모으고 도시를 먹여 살리는 ‘스페이스 마케팅’ 효과도 있다. 산술적으로 따질 수 없는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 장기적으로 서울에 두세 개의 랜드마크가 있어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교통 체증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업체(롯데) 입장에선 상업 지구의 용적률 800%를 최대한 활용해 주상복합을 지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은 초고층 건물을 서울 시민을 위해 짓겠다는 것이다. 바람직하고 고마운 일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나.

“그간 한 일들은 소프트웨어에 초점이 맞춰졌다. 역점을 둔 ‘창의 시정’은 직원들의 일하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일이었다. 이제야 시스템이 구축되고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걸 체질화시켜 놓고 가는 게 서울시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텀(재선) 더 하면서 정착을 시켜 놓고 싶다. 내년 이맘때면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들어갈 텐데 3년 반 후에 보여진 서울의 모습에 대해 시민들이 바람직한 변화라고 느낀다면 선택해 주실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공천 못 받으면 (재선 도전을) 할 수 없지만 결국 서울시민의 선택에 달렸다.”

-올해 공공 요금 인상 계획은.

“버스와 지하철, 상하수도 요금은 동결한다. 택시 요금은 동결한 지 3년6개월이 돼 (택시 업계의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왔다. 올 상반기 중 10% 정도의 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택시 업계에선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한강을 병풍처럼 막고 있는 아파트를 없애고 초고층 빌딩을 건축한다고 발표했다.

“한강의 스카이 라인을 바꾸는 ‘한강 공공성 회복’ 사업이다. 하지만 해당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다. 그분들이 열심히 원해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다만 유인을 할 수 있다.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대신 한강변이란 공공 이익을 되받아내자는 취지다.”

-지난해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조사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일 잘하는 사람을 과감하게 발탁하고, 무능력하고 게으른 사람은 재교육을 실시한 게 주효했다. 조직 전체에 긴장감이 생겨 구성원들의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청렴을 가능하게 하는 신속과 친절이 목표다. 신속하고 친절하지 않으면 민원인들이 ‘돈 봉투’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경제위기가 서울 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겠다. 중소 자영업자·상공인·기업들이 운영을 잘하는데도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 드리는 데 1조4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담보 없이도 기업 운영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자금도 6100억원 정도 마련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선 ‘희망 플러스 통장’ ‘위기 가정 지원’ 등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도시 브랜드로 문화를 강조해왔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파리 시민은 ‘불편한 건 참아도 아름답지 못한 건 못 참는다’고 한다. 우리는 그 반대다. 서울시가 문화도시란 평가를 얻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도시 갤러리 사업’이나 시청 앞 공연 등 생활 속 문화 개선 사업을 10년 이상 지속해야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건물 하나 짓는다고 문화 도시가 탄생되는 게 아니다.”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의 서울을 비교한다면.

“전임 시장은 그 시기에 맞는 일을 한 것이고, 나는 이 시기에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속선상에 있지 않은 정책은 없다. 전임 시장들의 성과가 켜켜이 쌓여 지금의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여담인데 너무 깔끔하고, 서민적 풍모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그렇게 전달되는 것 같다. 가끔 듣고 있다(웃음). 일부러라도 ‘털털하다’는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 중이다.”

정리=김경진 기자, 사진=김경빈·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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