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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Prism] 일본 경기부양은 ‘위기 이후’를 겨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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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30면

일본 경제도 수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09년 1월의 ‘월례경제보고’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출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월평균 약 7조 엔 정도였던 수출이 2008년 말에는 5조 엔대로 뚝 떨어졌다. 반면 수입은 수출만큼 줄어들지 않아 2008년 8월부터는 무역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적자 폭이 늘고 있다.

수출 감소는 기업 수익의 악화로 이어졌다. 투자와 생산이 크게 줄고 있다. 제조업 생산지수(2005년=100)는 2007년 말(약 110)을 정점으로 낮아져 2008년 말에는 약 93까지 떨어졌다.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월평균 40만 대에 가까웠던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30만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실업률은 2007년 7월 저점인 3.6%에 이른 뒤 오르기 시작해 2008년 11월에는 3.9%까지 치솟았다. 내년 말까지 5%대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고 있다.

일본 경제의 침체 징후는 이미 2007년 말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그때부터 각종 경제지표가 이미 하락세로 전환했다. 올 1월 29일 일본 내각부가 일본 경제는 2007년 10월을 정점으로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것도 그래서다. 2002년 1월 저점에 이른 뒤 상승세를 이어왔던 일본 경제는 이미 1년 전부터 새로운 하강국면에 진입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세계 경제위기가 더해졌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게 됐다. 내수 확대를 통해 일본 경제 스스로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일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2009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일본은행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일본은행은 2009년 GDP가 마이너스 2%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이른바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 10조 엔 정도를 편성했다.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첫째, 가계긴급지원금이나 감세를 통해 소비를 확대하고 고용대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보정예산 내역을 보면 주로 소비 확대를 위한 가계긴급지원금(2조 엔), 고용대책(3조 엔), 정부의 긴급예비비(1조 엔), 고용 확대를 위한 지방자치체 지원금(1조 엔), 감세(1조 엔), 금융 지원(0.6조 엔), 지방 활성화 지원(1.6조 엔)으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적잖은 돈을 할당했다. 세금을 무차별적으로 깎아주기보다는 저공해차 개발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녹색성장 분야를 적잖이 배려한 셈이다.

셋째,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토목공사형 지출은 가능한 한 억제했다. 일본이 토목공사형 지출을 억제한 데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쓰디쓴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10여 년에 걸쳐 공공투자를 통한 경기 회복을 시도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공공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극심한 불황기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불황 이후’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펼쳤던 경제정책에서도 볼 수 있었던 특징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구조개혁에 의한 경제 효율성 증대를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총수요를 확대하기보다는 공급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만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경기 변동기에 접어든 마당에 정부의 재정만으로 그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그 점을 알고 있다. 일본이 사회안전망을 탄탄하게 만들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면서 경기 회복 이후 나타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눈은 현재와 함께 미래를 향하고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수출이 줄어드는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책과 함께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월드 프리즘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의 최고 전문가들이 돌아가며 주요 경제권을 분석·조망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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