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질환 미리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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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질환도 계절을 탄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여름질환은 무좀.땀띠와 같은 피부질환과 식중독.뇌수막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 그러나 여름철 악화되기 쉬운 질환은 의외로 많다.

여름을 타는 대표적 질환이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호르몬은 영양물질을 분해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호르몬. 이 호르몬의 기능이 필요이상 증가되면 식욕은 당기는데도 체중은 줄고 땀이 많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에겐 여름철 무더위가 마치 '불 난데 기름붓는 격' 이 돼 이같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여성들에게 압도적으로 흔한 질환. 대개 갑상선이 위치한 목 앞이 볼록하게 부어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유난히 더위를 참지 못하는 여성중 목 앞이 볼록하게 부어있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진단은 혈액검사로 간단히 이뤄지며 약물복용이나 수술요법,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법으로 완치될 수 있다.

콩팥이나 요관에 돌이 생기는 요로결석도 여름철 악화되는 질환. 특히 과거 결석이 생겼던 사람이라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해야한다.

요로결석은 혈액 속의 칼슘이나 요산성분이 콩팥에서 걸러질 때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고 침착 (沈着) 돼 생기는 현상. 수분이 부족해 혈액의 농도가 걸쭉하게 진해질수록 요로결석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일수록 탈수현상이 일어나기 쉬워 요로결석이 잘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요로결석을 앓았던 사람은 무더운 여름철일수록 하루 최소 2리터 이상 충분히 물을 마셔두는 것이 상책. 그러나 이뇨작용이 있다고 맥주를 지나치게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칼슘에 작용하여 결석을 만들어내는 옥살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맥주 외에도 딸기.살구.콜라.시금치등도 마찬가지다.

요로결석은 30대 이후 남성에게 흔하며 옆구리를 칼로 찌르듯 심하게 아픈 것이 특징이다.

불면증도 여름철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열대야와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이 여름철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 열대야로 짜증스러운 여름밤은 물로 다스리는 것이 좋다.

물은 우리 주변의 물질중 비열이 가장 높은 물질. 단위그램당 가장 많은 열량을 빼앗아간다.

따라서 샤워나 등목으로 자주 체온을 식혀주는 것이 열대야를 이기는 비결이다.

수면에 들기까지 실내조명을 어둡게 유지하는 것도 숙면을 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억지로 잠을 자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강박적으로 잠을 청할수록 오히려 잠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면증 환자들은 어떻게 잘까 고민하기보다 밤새 무엇을 할까 느긋하게 궁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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