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열오페라단, 코벤트가든 극장 보수공사로 '유랑' 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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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런던의 명물 로열 오페라하우스는 지난 14일 오페라.발레 합동 갈라 공연을 끝으로 오랜 휴관에 들어갔다.

흔히 코벤트가든으로 불리는 이 극장 주변에는 리허설중인 합창단의 노래소리 대신 크레인의 굉음이 요란하다.

휴관의 최대 피해자는 코벤트가든의 터줏대감인 로열오페라단. 로열오페라하우스 새단장 작업이 끝나는 오는 2000년까지 2년 6개월동안 방랑생활을 피할수 없게 된 것이다.

〈본지 6월18일자 44면 참조〉 로열오페라단은 오는 9월 로열 세익스피어극단이 전용극장인 바비칸센터를 비우는 동안 이 극장을 빌려 헨델의 '줄리오 케사르' 를 상연함으로써 97 - 98시즌을 시작한다.

여기서 라모의 '플라테' , 브리튼의 '스크류의 회전' 을 상연한 다음, 샤프스베리 극장으로 옮겨 '유쾌한 미망인' ,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 프란체스카 잠벨로의 '폴 버년' 등을 무대에 올린다.

이어 11월에는 로열 앨버트홀로 이사해 엘리아 보신스키 연출로 콘서트 형식의 '오셀로' 를 상연한 뒤 다시 바비칸홀로 옮겨 베버의 '자유의 사수' 와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를, 사우스뱅크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5편의 오페라를 각각 상연할 계획. 98 - 99시즌에는 새들러스웰스 극장으로 무대가 바뀐다.

지난 10일 '시몬 보카네그라' 로 막을 내린 97 베르디 페스티벌은 '리골레토' '맥베스' '오베르토' 로 꾸며졌다.

로열오페라단은 지난 95년 베르디 탄생 1백주년을 맞는 오는 2001년까지 베르디의 오페라 전곡을 매년 여름 페스티벌에서 상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영국의 음악적 자존심이기도 한 코벤트가든이 모차르트 오페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바그너 일색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대항해 내놓은 프로젝트. 그러나 지난해 투리노 시립오페라단과 공동으로 제작하려던 베르디의 '일 코르사로' 공연이 취소된데 이어 올해도 베르디가 런던 무대를 위해 작곡한 유일한 오페라 '산적' 까지 플라시도 도밍고의 바쁜 일정 때문에 테너 역할이 미미한 '시몬 보카네그라' 로 바뀌었다.

이 작품은 95년 로열오페라가 콘서트형식으로 상연했던 것. 더구나 98 베르디페스티벌의 일정은 지금까지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코벤트가든의 여러가지 사정이 맞물려 베르디페스티벌이 삐거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베르디 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펼치는 각종 이벤트들이 고작이다.

'스터디 데이' 라는 이름으로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지휘자.출연진.연출자 등이 나와 작품의 성격을 놓고 관객들과 토론을 벌이는 행사가 펼쳐졌고 작품해설을 미리 들려주는 프리 콘서트 토크도 각각 한차례씩 마련됐다.

베르디 오페라 원작을 보여주는 연극 공연, 이탈리아 파르마 베르디연구소에 소장중인 진귀한 베르디 레코딩을 듣는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맥베스' 중 '마녀들의 합창' 을 관객들이 직접 함께 불러 보는 '싱어롱' 시간, 베르디의 오페라에 나오는 유명 아리아를 피아노 반주용으로 편곡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행사 또한 페스티벌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런던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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