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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즐겁게>中. 여름 휴양지 별미집 - 강원.동해 일대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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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해는 인자한 부처님이며 거룩한 하나님이시다.남해나 다도해처럼 오밀조밀,아기자기한 아름아움은 없지만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것 없는 툭 터진 동해를 바라보노라면 하나님 앞으로 한발짝 성큼 다가선 듯한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강원도는'미래의 땅'이라고 일컬으리 만큼 개발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그만큼 오염도 덜 되었고 인심도 흉흉하지가 않다.

강원도 사람을 가리켜 순박하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는 도시 사람들처럼 나긋나긋하리 만큼 친절하지는 않지만 무뚝뚝하리 만큼 불친절하지도 않은,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강원도의 맛 또한 물리적인 가공의 손이 덜 간,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맛이다.동해와 같은 넓은 바다가 있고 설악산과 오대산 같은 높은 산이 있으며 호수와 강과 내와 계곡이 많고 평야와 고산지대에서 나는 농작물 등도 다양해서 어느 지역보다도 식자재가 풍부하다.이 풍부한 식자재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맛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박함이 바로 강원도의 맛이다.

서울에서 떠나자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겠지만 요즘은 길도 좋아졌고 미각여행을 곁들이기 위해 춘천지역을 거쳐가기도 하고 구도로를 이용,한계령.미시령.진부령 등을 거쳐가기도 한다.그 어느 길을 택하든 강원도의 토속적인 미각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기왕 먼 길을 나선 김에 별미집 몇 군데를 들러 보는 것도 인생을'맛있게 즐겁게'살아가는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산채정식 전문점'부일식당'과'부일가든' 최근에는 너무 유명해져서 관광버스편으로 단체손님까지 몰려드는 업소가 되었지만 동해지방을 오가는 여행길에 일부러 우회해서 찾아드는 집에 하진부의 산채정식 전문점'부일식당''부일가든'이 있다.

전자가 전국에 소문이 난 산채전문점인데,이 집의 흠은 집이 너무 오래됐고 많은 단체객을 맞기에는 시설이 다소 비좁아 주인의 친동생 내외가 이웃한 넓디넓은 땅에 새로 '부일가든'을 열게 된 것이다.

이 두집 모두 오대산과 계방산,함병산에서 자생하는 각종 산나물만으로 장식된 식탁은 정말 화려하다.양식 재배품이 아닌 산더덕.산도라지.고사리에 고비,거기에 이름도 생소한 멍이누리배.신선초.무리싹.취나물.참나무.떡갈나무.모시대.산두릅.어아리떼 같은 산나물과 버섯류를 갖은 양념에 무쳐 내놓는다.옛날처럼 양이 많지는 않지만 그 가짓수만도 무려 30여 종에 이른다.

국거리도 물론 산채로 되어 있지만 밥도 좁쌀.팥.콩 등이 섞인 잡곡밥으로 반드시 장작불을 지펴 짓는다. 값도 싼 편이어서 산채백반이 5천원인데,'부일가든'에서는 생선류와 젓갈류를 올려 격을 높인 산채정식(8천원)도 내놓고 있다.하진부로 들어서서 2㎞쯤 들어가는데 이 집을 물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백담사 입구'백담순두부집' 내설악의 오지에 자리하고 있는 백담사는 최근 갑자기 각광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 까닭을 설명할 것은 없을 것 같다.미시령.진부령을 넘어 동해안으로 빠지는 길목 백담사 입구,다리 하나를 건너 좌측에 있는'백담순두부'집은 순두부와 산나물로 소문난 명가이며 문자 그대로 원조집이다.

이 집은 강원도 특산인 맛있는 콩을 주원료로 만든 순두부와 녹두 빈대떡,그리고 깊은 산에서 채취한 무공해 산나물과 비지찌개 등을 기본 찬으로 내놓아 옛 미각을 대하는 듯한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백담사의 어느 고승으로부터 불가의 전통적인 두부 제조법을 전수 받았다고 하는데 특히 설탕.소금.화학조미료 등 이른바'3백'은 전혀 쓰지 않고 맛을 낸다.연중무휴.주차장 완비.신용카드 불통.

♠강릉 한정식 명문점'옛날집' 강릉시 성남동 번화가 안에 있는 '옛날집'은 강릉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강원도 토속음식점이다.강릉의 명물 초당두부를 필두로 설악산의 특출한 산채를 가득 올려놓은 산채백반으로 이름을 얻고 있다.오색약수로 짓는 돌솥밥이 또한 별미다.

연중무휴이며,20대 가량의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다.

♠관동 3대 명문 횟집의 하나 명주군'영진회집' 강릉의 회의 명문집은 동해와 경포대를 함께 볼 수 있는 경관이 좋은 곳에 많이 있다.그러나 회맛을 아는 강릉인들은 택시로 명주군에 속하는 연곡면 영진리 바닷가'영진회집'을 즐겨 찾는다.왕복의 택시값이 빠질 만큼 값이 싸며 푸짐하기 때문이다.회의 신선도도 나무랄 수 없을뿐더러 집에서 담그는 장맛이 뛰어나 매운탕의 맛 또한 깔끔하다.

개점 이래 지금까지 초장으로 쓰는 고추장을 집에서 담근 장으로 쓰고 있으며 식사는 차조.콩 등을 섞은 잡곡밥을 내놓고 있다.

여름철에는 바로 집 앞에서 바다낚시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연중 무휴이며,1백 대 정도의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강원 관동지역에는 맛있는 집,소문난 집이 적지가 않다.경춘가도에만도 음식점이 5천개나 된다는데 이는 기회있을 때로 미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노순에 따라 들릴 기회가 있음직한 별미집은 아래 표로 대신하기로 한다.

<사진설명>

강원도 대포항 전경. 어선들이 막 잡아온 생선들을 그 자리에서 싸게 사 먹을 수 있고 포구 안쪽으로 횟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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