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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일본 차 불참 … 힘 빠진 국제 랠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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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 자동차업계가 불황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4일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인 다카르 랠리 불참을 선언했다. 회사 측은 “계속되는 판매 부진으로 연간 30억 엔(약 460억원)에 달하는 경주 참가 경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일본의 4대 자동차 제조사인 미쓰비시자동차는 1983년부터 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통산 12회 종합 우승이란 대기록을 세워 ‘다카르의 황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2008년에는 아프리카의 치안 악화를 이유로 대회가 중지되자, 미쓰비시는 올 1월 남미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대회를 이끌었다. 다카르 랠리 출전을 통해 축적된 자동차 관련 기술들은 미쓰비시의 대표 모델인 ‘랜서 에볼루션’ ‘파제로’ 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미쓰비시가 다카르 랠리 불참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3기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경영 부진이다. 엔고 등 비정상적인 환율로 인한 수출 부진 등으로 직원들의 임금도 삭감하기로 한 상태다. 임원 임금 삭감 폭도 현행 20%에서 다음 달에는 30%로 확대키로 했다.

앞서 혼다와 스즈키 등 일본의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실적 악화를 이유로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에서 철수한 상태다.

혼다의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은 지난해 12월 “시장 상황 악화로 경영 자원을 재배분할 필요가 있다”며 매년 500억 엔 넘게 지출해온 F1 관련 경비와 전담 기술자 400여 명을 저연비 기술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차세대 사업 분야로 전환하기로 했다. 첫 4륜차를 만들어낸 이듬해인 64년부터 F1에 출전한 혼다는 이 대회와 함께 성장한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엔 성적이 부진했지만 80년대에는 연거푸 우승하는 최강자였다. 오랜 ‘돈줄’이던 일본 업체들의 불참으로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측은 F1 존속을 위해 2010년부터는 돈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규칙을 변경할 예정이다. 다카르 랠리 2002, 2003년 우승자인 마스오카 히로시(<5897>岡浩)는 “지금의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최강의 팀이 대회에 불참하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고 밝혔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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