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주자들 통해 환생하는 박정희 - 與 대구.경북 연설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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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8년전 김재규(金載圭)중앙정보부장이 독재종식을 명분으로 쏜 총탄에 타계한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이 9일 여당 경선후보들의 찬양속에서 다시'살아났다'.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대부분의 후보는 각자 독특한 방법으로 그를 추모했다.

찬양에 가장 앞선 사람은 이한동(李漢東)후보.그는 오전에 측근 20여명과 함께 구미시상모동의 朴전대통령 생가를 찾았다.李후보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朴전대통령의 지도력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고 역설했다.

李후보는 연설회에서도“20년전에 돌아가신 朴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5천년 보릿고개를 이 땅에서 추방했다”고 예찬했다.

70년대에 공화당의원을 지낸 박찬종(朴燦鍾)후보는“내가 존경하는 지도자는 간디와 김구(金九)선생이지만 내가 되고싶은 지도자는 세종대왕.흥선대원군.朴대통령같은 사람”이라고 천명했다.

그는“朴대통령은'하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안한다면 안한다.내가 안한다는 것은 세몰이.흑색선전.돈선거.패거리정치등”이라고 자기홍보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최병렬(崔秉烈)후보는“최근 후보 가운데 얼굴이 朴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오르는 분(이인제)이 있고,얼마 전에는 자신이 朴씨 성을 가져 朴대통령을 더 닮았다고 주장한 분(박찬종)도 있다”며 슬쩍 경쟁자들을 걸고 들어갔다.

그는“그러나 얼굴이나 성(姓)보다는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닮아야 진정 朴대통령과 닮은 사람”이라며 은근히 자신을 내세웠다.

이회창(李會昌)후보는 朴.全.盧전대통령을 골고루 치켜세웠다.그는 각각“조국 근대화를 이끌어온 대통령”“헌정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대통령”“민주화의 토대를 닦은 대통령”이라는 헌사를 바쳤다.

정작 경북(칠곡)출신인 이수성(李壽成)후보는“대구는 반세기 현대사에서 대통령을 3명이나 키워냈다”는 정도로 짧게 지나갔다.그는 朴전대통령보다는 대구.경북을 찬양했는데“우리 대경인(大慶人)은 한민족 역사의 정통이자 민족의 선봉장”같은 표현을 썼다.

朴전대통령의 반대자였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민주계 소속인 김덕룡(金德龍)후보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朴전대통령과 외모가 비슷해 '덕'을 보는 이인제(李仁濟)후보도 의외로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그는“미국은 40대의 젊은 케네디 대통령시대에 우주시대를 열었고 이번에 젊은 클린턴 대통령시대에 패스파인더호가 화성에 착륙했다”며 세대교체를 외쳤다.'40대 기수론'을 재활용하는 그는 62세까지 집권한 朴전대통령을 그런 점에서는 부담으로 느끼는 것같다. 대구=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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