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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주5일제에 발목잡힌 병원파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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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보건의료노조 소속의 전국 100여개 병원노조가 어제 파업에 들어갔다.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에는 필수인력이 배치됐지만 외래진료나 입원실 업무에 주름이 가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쟁점은 임금 10.7% 인상과 최저임금제 도입, 비정규직 철폐 등이지만 핵심은 주5일제 실시 여부다. 노조는 하루 8시간씩 5일 근무하는, 온전한 주 40시간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주6일 40시간제 근무로 맞서 있다. 결국 토요일을 휴무로 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해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만큼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대세다. 하지만 병원의 경우 공공성을 감안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본다. 주말에도 환자가 병원을 찾고, 수술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을 제외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경우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휴일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등 병원의 경영 압박 요인도 발생한다. 가뜩이나 대부분 의료기관이 불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다면 주5일제의 단계적 도입 등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병원 파업이 빚어지게 된 데는 정부의 잘못도 크다. 개별 사업장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규모에 따라 획일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경제여건과 사업장의 지급 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도입을 서두르니 탈이 나는 것이다. 병원 노사의 협상결과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노동계의 하투(夏鬪)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서울시지하철 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등이 포함된 궤도연대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7224명의 인력 증원과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요구하고 있어 다음달에는 교통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병원 노사는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토요일을 포함한 주6일 40시간 근무에 합의하되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근무와 급여조건을 조정하는 타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