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온양온천역 138분 어르신들 용변 참기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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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장광명(68·마포구 연남동)씨는 지난달 말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친구 5명과 함께 서울역에서 온양온천행 전철을 탔다. 수도권 전철이 온양온천역까지 연결된 데다 65세 이상 노인은 전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당일치기 온천여행은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1시간 정도 지나면서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온양온천역까지는 1시간 이상 더 가야 했다. 그는 열차에 탄 지 1시간20분 만에 오산역에서 내렸다. 오산역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장씨는 추위에 떨며 기다리다 다음 열차를 이용했다. 나머지 친구들은 일찍 온양온천역에 도착,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근처 호텔 사우나로 향했다. 그는 “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하루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서울역에서 출발한 이용객들이 전동차에서 내려 역 구내로 향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12월 15일 수도권 전철이 아산시 온양온천역을 경유, 신창역까지 연장운행하면서 전철 이용객들이 ‘화장실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서울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 2시간18분간(열차 운행시간)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양온천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평균 50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70% 이상은 노인들이며, 주로 온천관광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최근 아산시가 온양온천역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화장실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도중에 내려야 하고, 다음 열차를 이용하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구간 전철 운행 간격은 출퇴근 시간대가 20분, 나머지 시간은 30분이다.

일행이 있는 승객이 화장실을 가야 할 경우 더 난감해진다. 일부는 내려서 화장실에 가고, 나머지는 그대로 목적지로 향하기 일쑤다. 이성안(82·서울시 노원구 상계동)·박후덕(79·여)씨 부부는 “화장실에 가려고 중간에 내리고 싶어도 일행을 놓칠까 봐 억지로 참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열차가 온양온천역에 도착하면 이용객들은 경쟁적으로 화장실로 달려간다. 역사 안의 화장실은 남녀용 불문하고 늘 북적인다. 아산시는 전철 이용객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조만간 역사 옆에 이동식 화장실(20칸)을 설치키로 했다.

철도공사 광역철도사업부 박홍규 차장은 “전동차는 일반 열차의 객차에 비해 길이가 3m 정도 짧아 공간이 부족한 데다 열차 운행에 필요한 전기 장비가 많아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이용객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산=김방현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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