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현금 1조5200억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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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한통운이 4일 지분 43.22%를 유상감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감자로 대한통운 지분 24%씩을 보유한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에 현금이 유입됨에 따라 그룹의 자금 사정이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대한통운의 유상감자는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것이다. 감자를 통해 자본금이 줄어든 만큼 대한통운이 갖고 있던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이번 감자로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확보하게 된 현금은 각각 7113억원이다. 두 회사 외에 금호피앤비화학·금호개발상사·금호생명 등 대한통운 지분을 가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를 통해 그룹에 들어온 현금은 총 1조5238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2월 대한통운을 4조104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조6457억원, 1조397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번 유상감자에 따라 두 회사는 대한통운 인수에 들어간 자금 중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게 됐다. 그룹 전체의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을 받게 된 것은 물론이다.

금호아시아나 홍보 담당 장성지 전무는 “현금 확보에 따라 유동성과 관련한 논란은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려운 경기 상황이지만 매출과 수익 증대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추진해 온 계열사 금호생명의 매각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유휴 부동산 매각 등 다른 조치도 진행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해 그룹 규모를 크게 키웠다. 하지만 지난해 대우건설 주가가 하락하면서 당시 자금을 제공한 투자자들과 맺은 풋백옵션(주가가 일정 수준을 밑돌 경우 되사주는 계약)에 따라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룹은 지난해 7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시행된 대한통운 유상감자, 금호생명 매각 등 총 4조5740억원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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