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예상보다 후한 성과급 … 휴대전화·LCD 연봉의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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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가 4일 연례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예상보다 후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 조직 개편 충격 등으로 위축된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휴대전화와 LCD 패널을 각각 만들어 파는 정보통신·LCD 사업부가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받았다. 이는 최고 등급 보너스다. 삼성 휴대전화는 지난해 판매량이 연간 2억 대에 육박하면서 선두 노키아와의 차이를 좁히며 2위 자리를 굳혔다. 영업이익도 연간 2조3700억원으로 2007년보다 늘었다.

LCD사업부도 세계 1위를 지키며 지난 한 해 2조원 넘는 이익을 올렸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를 전 세계에 보급해 온 네트워크사업부,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시장의 선두를 확고히 한 TV사업부도 30% 이상의 보너스를 챙겼다.

반도체의 경우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메모리사업부의 PS가 1~2%에 그친 반면 비메모리인 시스템LSI는 두 자릿수 PS를 받았다.

반도체 부문은 4분기에만 5000억원 넘는 적자를 봐 연간 흑자가 1000억원대에 그쳤다. 전자 계열사 가운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삼성SDI는 전지사업부가 20% PS를 받는 등 대체로 10% 넘는 보너스를 챙겼다.

삼성전자의 우종삼 상무는 “비슷한 분야에서 일해도 받는 돈이 다를 수 있어 주변에 얼마를 받았는지 묻는 건 금기다. 사업부별 지급 규모 역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0년 만에 분기별 적자를 본 데다 올해 영업 전망도 불투명해 성과급을 한 자릿수 수준으로 지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임원급이 PS를 전액 또는 일부 반납하는 대신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직원들에게는 좀 더 후하게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전무급 이상은 PS 전액을, 상무는 30%를 반납했다.

2007년 5조9400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8000억원 정도를 PS로 지급했다. 지난해 영업 이익이 4조13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풀린 보너스는 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김창우 기자

◆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연간 경영 실적을 평가해 목표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거두면 초과분의 20%를 임직원에게 돌려주는 삼성의 독특한 성과급 제도다. 많으면 연봉의 50%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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