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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여건 뒷걸음 30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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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의과대의 교육여건이 미국.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특히 신설 의대일수록 교육여건이 나쁜데다 개선 투자에 소극적인 의대들이 많아 의대교육이 부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설 의과대학 설립준칙위원회(위원장 김일순.연세대 의대 교수)는 최근 교육부에 제출한'신설 의과대학 준칙(안)'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수 수=위원회가 교육부와 미국의과대협회의 자료,일본의학교육백서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은 의과대당 평균 교수 수가 7백20명(기초의학 1백33명.임상 5백87명)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0개 의대중 지난해까지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대등 32개 의대(연세대 원주캠퍼스 구분)의 평균 교수 수가 1백80명(기초의학 32명.임상 1백48명)이었다.

개교 21년이 넘은 의대는 평균 1백86.1명이었으나 ▶11~20년된 대학은 1백51.4명 ▶2~11년된 대학은 85.8명 ▶2년 미만 대학은 1.8명이었다.

◇교수당 학생수=미국 의대는 꾸준히 교수를 확보,77년 1.4명에서 94년에 0.7명으로 줄었으나 우리나라는 올해 2.2명이다.

보고서는“교수 부족으로 개교한지 9년 이상인 대학의 외부강사 의존율이 25%를 넘고 2년 미만 대학은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등 신설 의과대의 외부강사 강의 비중은 적정수준을 넘어 매우 과다한 상태”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특히 진료하지 않고 순수 연구.교육를 담당하는 기초의학교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보고서는“기초의학 교수는 의대 수준을 말해주는 지표인데 기초의학교수가 부족한 대학들이 개선 의욕을 보이지않아 심각하다”며“사립대는 병원 투자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82년 기초의학교수당 학생수가 1.3명,일본은 88년 2.9명이 됐으나 우리나라는 71년 4명에서 95년 3.9명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우리나라 의대중 개설 21년 이상인 의대는 학교당 기초의학교수 35명을 확보하고 있지만 개설 2~11년된 대학은 14.6명에 불과하고 개설된지 2년 미만인 대학 5개중 3개는 한명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다.

기초의학전공별로 보면 가장 양호한 예방의학은 교수당 학생수(정원 기준)가 24명이고,제일 열악한 기생충학은 73.3명이다.

◇해부학 실습=일본은 학생 2명당 시체 1구,미국은 4명당 1구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5~20명당 1구씩 배정하고 있다.

◇도서관=일본은 장서 3만권과 학술잡지 3백종 이상을 갖출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대.연세대(서울.원주).고려대등 13개 의대도서관만이 장서 3만권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총평가=보고서는 이같은 우리나라 의대 실상에 대해“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열악한 의학계 실정이 외국에 알려질까 곤혹스럽고 수준낮은 의사의 양산은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대영 기자

<사진설명>

국내 의대 상당수의 교육여건이 선진국 의대에 크게 못미치고 '부실의사'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한 의과대 학생들의 신경해부학 실습수업 장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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