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룩>유러貨 충격 대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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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는 99년 1월로 예정된 유럽 단일통화의 창설은 지난 70년대 초반 변동환율체제의 도입이래 가장 중요한 세계통화체제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미 달러화는 세계 1,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의 파운드화를 능가한 이후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약 1조달러 가량이 달러에 대한 투자에서'유러'에 대한 투자로 이동하게 될 것이며 이에따라 두 핵심 국제통화 사이의 긴장관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따라서 세계경제가 타격을 받지 않으려면 새로운 형태의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러의 정치적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유럽과 미국에 의해 양극화되고 일본도 상당한 역할을 맡게될 세계통화체제는 금세기 내내 통용돼온 달러중심체제를 대치하게 될 것이다.새로운 체제로의 이행과 그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의 협력이 크게 증진돼야만 한다.달러의 시장점유율은 세계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유럽화폐인 독일 마르크의 3~5배에 달한다.

세계금융시장에서 관성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영국 파운드화는 영국의 경제력을 크게 초과해 약 반세기동안 세계 기축통화로 통용됐다.달러는 아마도 거의 무한히 가장 강력한 통화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그러나 유러의 창설로 달러와 유럽통화간의 갭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궁극적으로는 달러와 유러가 각각 세계금융시장의 40%씩을 차지하고 나머지 20%를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및 기타 통화들이 차지하는 상황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통화통합의 초기단계에 EU의 핵심국가 6개국만 참가하더라도 이들의 경제규모는 미국경제의 3분의2에 달하며 일본과는 같은 규모가 된다.또 이들 국가의 교역규모는 미국을 능가한다.6개국만이 참여한 가운데 창설되는 유러라 할지라도 현재의 달러와 유럽국가 화폐 사이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세계금융계에는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다.

그로인해 세계경제는 근본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5천억달러에서 1조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 돈이 달러에서 유러로 이동하게 될 것이며,이는 장기적으로 환율에 심대한 충격을 주게 된다.유러는 유럽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게 될 것이며 유럽은 이를 막기 위해 지금부터 유러가 창설될 때까지 자국 화폐가치를 하락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달러와 유러의 환율은 현재의 달러와 유럽 각국 화폐 사이의 환율변동보다 훨씬 더 큰 기복을 보일 것이다.이같은 환율 불안정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전세계 교역에도 보호무역주의를 증대시킬 것이다.따라서 유러의 창설은 미국과 유럽간,또 서방선진7개국(G7)회의,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다자간 기구에서 보다 밀접한 협력을 도출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정책적 이슈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유럽은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맞먹는 교역규모를 차지하고 있다.유럽은 통합과정이 시작된 직후부터 공동의 교역정책을 취해 왔기 때문에 세계의 교역정책은 40여년간 양극화돼 있었다.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나 그 뒤를 이은 세계무역기구(WTO) 안의 모든 다자간협상에서 유럽과 미국이 합의를 이뤄야만 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앞으로는 통화체제에서도 이와같은 과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금융시장에서 유럽의 지위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제도의 재정비가 이뤄지면서 세계금융시장은 미국과 유럽에 의해 양분될 것이다.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세계금융기구들은 이같은 일들에 아직 준비가 돼있지 않다.유럽통화통합의 초기 청사진에는 이같은 이슈가 빠져 있으며 이후의 논의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미국과 G7은 지난 92년과 93년에 일어났던 세계금융시장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러의 등장과 유럽통화체제를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미국이나 유럽,세계금융기구들은 유러가 전세계에 줄 충격에 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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