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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음악 개척자 - 독일그룹 크라프트베르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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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비틀스이래 대중음악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그룹은 무엇일까. 근착 뉴욕타임스는 이 질문에 대해 미국.영국이 아닌 독일출신의 전자댄스뮤직그룹 크라프트베르크라고 답한다.이 신문은 이 답변에 논쟁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고있다.그러나 크라프트베르크가 테크노음악에 기여한 공은 비틀즈가 록에 이바지한 분량과 같다는 말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약관화한 사실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74년 전자음만을 써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기분을 생생하게 표현한'아우토반'으로 미국 톱40에 진입,처음 세계에 존재를 알린 크라프트베르크는 60년대말 클래식연주홀의 따분한 분위기에 질린 음악도 랄프 허터와 플로리다 슈나이더에 의해 결성됐다.

그들은 전자음을 구사하는 독일현대음악 작곡자들과 동물소리를 록에 도입한 그룹 비치보이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명백히 선배들과는 다른 새로움이 있었으며 그것은 그후 대중음악의 흐름에 하나의 청사진이 됐다.비싼 악기를 살 돈이 없었던 그들은 음표와 박자를 조작,반복해주는 전자기기 시퀀서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 시퀀서는 그후 전자음악 뮤지션들의 기본연장이 돼버렸다. 그들은 얼굴없는 가수의 원조이기도하다.노래'우리는 로봇'은 무대에서 다리없는 4개의 로봇의 기계적 동작으로 연주된다.영혼보다 육체,정신보다 물질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그들의 음악에 섬뜩함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랩,디스코,일렉트로펑크,뉴웨이브,인더스트리얼등 이후 쏟아진 장르들의 DNA가 되었다.'손에 손잡고'를 지은 히트곡 제조기 조르지오 모로더,데이빗 보위의 70년대 음반들,그리고 데페쉬 모드.뉴오더등 뉴웨이브를 주도한 영국뮤지션들이 모두 크라프트베르크에게 음악적인 빚을 지고있다. 현재 출범 30년에 이른 이 그룹은 리더인 허터와 슈나이더를 비롯해 모두 4명으로 짜여있다.

지난5월말 런던에서 4만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트라이벌 개더링'콘서트에 나타난 그들은 데프트펑크,오비탈등 최신 테크노밴드들을 능가하는 환호를 받았으며 비슷한 시기 새 앨범을 내 건재를 과시했다.

때마침 국내서도 이달 중순경 그들의 전설적 앨범'아우토반'이 발매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찬호 기자

<사진설명>

테크노음악의 비조로서 출범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독일그룹 크라프트베르크.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꿔놓은 기념비적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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