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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15분 대영제국 최후의 만찬 - 홍콩반환 기념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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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이 영원히 홍콩을 떠나는 30일부터 홍콩특별행정구가 출범하는 7월1일까지 이틀간 선보일 각종 반환행사는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행사 하나 하나가 소홀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그런가하면 엄청난 물량이 동원된 각종 기념행사는 화려함의 극치를 연출,세기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홍콩반환 공식행사의 서막은 크리스 패튼 총독이 관저를 떠나는 것으로 열린다.30일 오후4시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5시30분).1855년에 지어진 후 25명의 총독이 거쳐간 총독관저에선 최후의 총독 패튼이 작별을 고하는 의식이 치러진다.패튼은 역대 총독이 그랬던 것처럼 관저내의 화단을 세번 돌게 된다.그렇지 않으면 홍콩에 돌아올 수 없다는 관례에 따라서다.

오후6시15분.대영제국의 동남아 제패 무력본산인 이스트타마르 해군기지 영국정부 고별식장.용춤으로 관중들의 넋을 잃게한 뒤 21발의 예포 소리와 함께 찰스 왕세자가 입장한다.7천여 하객과 2천여 홍콩시민의 환성.박수가 정점에 이른다. 고별행사는 패튼 총독과 찰스 왕세자의 치사로 마무리된다.그리고 빅토리아만을 수놓은 저녁놀 속으로 유니언 잭과 홍콩기가 서서히 내려온다.이로써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과거 또한 조용히 물결이는 빅토리아만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그러나 비가 올 경우 이같은 고별식행사는 취소된다.

고별식 행사의 뒤풀이가 열리는 곳은 오후8시30분 빅토리아만 상공.요란한 폭죽음과 함께 화려한 불꽃이 20분간에 걸쳐 각양각색의 모양과 색깔로 하늘에 피어오른다.폭죽놀이의 잔영이 채 가시기도 전인 오후9시.홍콩 북쪽 도시인 중국 선전(深수)을 출발한 홍콩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5백9명이 홍콩 국경을 넘어선다.중무장은 아니지만 무장 병력으론 최초의 홍콩 진군이다.

멀리 해방군의 진군 소리가 들리는 오후9시15분.홍콩섬 완차이의 컨벤션센터 그랜드 홀에선 주권반환식 행사에 앞서 주권반환 축하연이 시작된다.영국통치하에서의'최후의 만찬'인 셈이다.세가지 코스가 4천명이 넘는 하객들을 위해 준비돼 있다.

마침내 오후11시30분.'20세기말을 장식할 가장 큰 세기적 사건'으로 표현되는 주권반환식이 컨벤션센터 신관에서 장엄하게 시작된다.

단상 좌우엔 유니언 잭과 홍콩기,오성홍기(五星紅旗)와 홍콩특구기가 나란히 서있고 홍콩특구 주요 관원들을 뒤로한채 장쩌민(江澤民)주석.리펑(李鵬)총리.찰스 왕세자.토니 블레어 총리등 중.영 양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대칭되는 위치로 자리를 잡는다.단상 아래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등 4천여 귀빈이 이들을 마주보게 된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후11시50분에 거행되는 영국국기 하강식.찰스 왕세자의 담담한 치사에 이어 영국 국가'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영국기와 홍콩기가 동시에 내려온다.곧이어 자정을 알리는 12번의 종이 울리면 중국기.홍콩특구기가 중국 국가'의용군 행진곡'에 맞춰 서서히 게양된다.곧바로 다소 상기된 표정의 江주석의 힘찬 연설이 시작된다.새시대를 맞는 중화(中華)의 포효와도 같다.찰스 왕세자와 패튼 총독 일행은'가는 자는 말이 없듯이'식이 끝나자마자 발걸음을 총총히 인근 퀸스피어로 옮긴다.특별한 환송행사는 물론 없다.

퀸스피어에는 황실전용 요트 브리타니아호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지난 54년 건조돼 이번 임무를 끝으로 퇴역할 브리타니아호 갑판 위엔 2백30여명의 선원이 나란히 서서 찰스 왕세자 일행을 엄숙한 표정으로 맞는다.

브리타니아호는 남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필리핀을 향한 2박3일의 여정을 시작한다.이 항해가 끝나면 찰스 왕세자 일행은 필리핀에서 항공편으로 영국으로 돌아간다.

드디어 홍콩이'중국의 홍콩'으로 새로 태어난 7월1일 오전1시30분.컨벤션센터의 홀3에선 홍콩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인 둥젠화(董建華)를 필두로 주요 정부 관원과 임시입법회 의원.사법관리들이 江주석 앞에 도열해 있다.이들은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어로“홍콩특구에 충성하며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서한다.이로써 홍콩특구가 설립된 것이다.역사상 초유의 실험인 한나라 두체제(一國兩制)의 실험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새시대의 첫날로 기록될 1일엔 홍콩 전체가 축하행사로 가득하다.오전10시 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될 홍콩특별행정구 설립 축하연은 민관(民官)이 함께 하는 공식적인 첫'독립축하행사'로 기록된다.

이날 오후9시 빅토리아만에서 벌어질 해상 불꽃놀이는 이제껏 지구상에서 펼쳐진 불꽃놀이중 가장 화려한 축제로 기록된다.무려 1억홍콩달러(1백15억원)를 들인 이 행사에서는 1만7천발의 폭죽이 갖가지 모양과 색깔로 홍콩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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